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전 세계의 인구 문제는 '증가'였다. 산업혁명 이후 급격히 낮아진 사망률과 함께 출산율은 여전히 높았고, 개발도상국은 물론 선진국조차 인구 폭발의 경고음에 시달렸다. 1960년대의 인구론자들은 기근, 전염병, 자원 고갈을 우려했고, 인구 증가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분위기는 급변했다. 지금 세계는 인구 증가보다는 '감소'와 '불균형'이라는 정반대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많은 선진국은 이미 인구 정점을 지나 감소기에 진입했고, 중진국과 개발도상국들도 예상보다 빠르게 저출산화되고 있다. 유엔 경제사회국(UN DESA)이 2024년 발표한 ‘세계 인구 전망’(World Population Prospects 2024)에 따르면, 세계 인구는 2084년 약 104억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완만한 감소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단순한 인구 감소 자체보다 그 ‘구조’다.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세계적으로 2050년 이후부터 절대 수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며, 고령 인구(65세 이상)는 2024년 기준 전 세계 인구의 약 10%를 넘긴 상태다. 지역 간 분포도 불균형해지고 있다. 아프리카 일부 국가는 여전히 고출산 상태를 유지하는 반면, 동아시아·유럽은 빠르게 인구가 줄고 고령화되고 있다. 이 변화는 국가의 경제 성장률, 복지 재정, 군사력, 도시 계획, 주택 시장, 교육 제도까지 포괄적으로 영향을 준다.
한국의 상황은 세계적으로도 상징적이다. 출산율이 0.7대까지 떨어진 유일한 국가이자,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전년도와 유사한 수준이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치로, OECD 평균(1.51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2024년 기준 고령인구 비중은 약 18%에 달하며, 2025년이면 초고령사회(65세 이상 20% 이상)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총인구는 2020년 정점을 찍고 감소세에 접어들었으며, 통계청 장기전망에 따르면 2072년에는 약 3,600만 명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한국은 특수한 경우라기보다는, 앞으로 세계 각국이 마주하게 될 인구 변화의 ‘미리보기’에 가깝다. 일본, 이탈리아, 독일, 중국 등 여러 국가가 이미 유사한 궤적을 따르고 있고, 심지어 일부 북아프리카와 남미 국가들조차 출산율 감소 현상을 겪고 있다. 교육 수준 향상,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증가, 도시화, 주거비 상승, 비혼·비출산 확산 등은 국경을 넘는 공통 요인들이다.
숫자보다 구조
인구가 많다고 무조건 좋은 것도, 적다고 반드시 나쁜 것도 아니다. 핵심은 그 ‘구조’다. 예컨대 인구가 줄더라도 생산가능인구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돌봄과 복지 시스템이 작동하며, 지역 간 인구 격차가 완화된다면 큰 문제는 아닐 수 있다. 반면 인구가 늘어도 그 대부분이 65세 이상 고령층이라면, 경제 성장이나 사회 유지에 심각한 부담이 된다.
이 때문에 단순한 출산 장려 정책이나 일시적 이민 유입만으로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인구 문제는 근본적으로 삶의 질, 돌봄 체계, 일자리 안정성, 주거 환경, 가족 정책 등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서울의 1인가구가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개인의 선택이라기보다는, 경제적·사회문화적 조건의 총합이다.
인구 문제를 보는 두 시선
세계 인구 담론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인구감소 공포’에 기반한 시각이다. 이들은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로 인한 경제 성장 둔화, 복지 시스템 위기, 병역 인구 감소 등을 우려한다. 다른 하나는 ‘적정 인구론’이다. 인구 과잉이 환경 파괴, 도시 과밀, 자원 고갈을 초래해 왔다고 보고, 인구 감축은 오히려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기회라고 본다.
실제로 일본 일부 지역에서는 폐교를 복합문화공간으로 전환하거나, 빈집을 활용한 마을 재생 사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고밀 개발 대신 커뮤니티 중심의 도시재생이 실험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자생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인구 감소가 자동으로 사회 질서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으며, 구조적 개입 없이는 오히려 사회 기능의 붕괴를 가속화할 수 있다.
주요 팩트 정리:
- UN 인구 정점 시기: 2080년대 중반 → 2084년 전후 (2024년판 기준)
- 2024년 세계 고령인구 비중: 약 10.3% (UN DESA 기준)
- 한국 2024년 출산율: 0.72명 (통계청, 2024년 6월 발표 기준)
- 한국 총인구 감소 전망: 2070년 3,800만 명 → 2072년 3,600만 명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기준)
- 기타: 일부 국가(튀니지, 태국, 브라질 등)에서도 출산율 1.6 이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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