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중국의 유령 도시

엘노스 2025. 7. 2. 09:12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단순한 수요공급 논리로 움직이지 않는다. 지방정부는 토지 사용권 매각을 통한 '토지재정'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고, 신도시 개발은 예산을 확보하고, GDP를 부풀리는 수단이었다.

특히 내륙과 서부 지역의 중소도시는 베이징·상하이 등 동부 대도시와 달리 뚜렷한 산업기반이 부족했기에, 부동산 개발이 사실상 유일한 투자 유치 수단이 되기도 했다. 지방정부는 도시계획을 확대하고, 도심 외곽을 택지로 전환한 뒤, 대규모 개발사와 협력해 아파트와 상업시설, 행정타운을 동시 조성하는 방식으로 '계획도시'를 양산했다.

문제는 이 도시들에 실제 사람이 들어올 인센티브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일자리도 없고, 교육·의료 인프라도 부족한 도시로 이주할 이유가 없었다. 결국 빈 건물만 가득한 상태로 수년이 흐르게 되었다.

어얼둬쓰는 내몽골 자치구의 부도심이다. 2000년대 중반, 석탄 수출로 인한 경기 호황을 기반으로 지방정부는 거대한 신도시 '강바시 신구(康巴什新区)'를 건설했다. 각종 문화시설, 고층 아파트, 행정청사가 줄지어 들어섰고, 계획인구는 100만 명에 달했다. 하지만 2010년대 초에는 실제 거주자는 2~3만 명 수준에 불과했다.

비슷한 구조는 중국의 거의 모든 성의 도시에서도 반복됐다. 간쑤성 란저우 신구, 톈진 빈하이 신구 등 수많은 중소도시에서도 유령도시 현상이 나타났다. 이들 도시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 주거단지의 물리적 완공은 빠르지만 상업시설과 일자리는 부실
- 정부 청사는 이전했지만 일반 주민 유입은 지지부진
- 이주율이 낮고, 미분양률이 높음

일부 도시는 그 상태로 수년간 방치되거나, 아예 재개발 대상이 되기도 했다. 물리적 건물은 존재하지만, 실질적 도시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기형적 도심'이 확산된 것이다. 최근에는 어얼둬쓰처럼 명문 중학교 이전 등 정책적 노력을 통해 유령도시를 벗어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2024년 기준 어월더쓰의 1인당 GDP는 25만6908위안(약 4788만원)으로, 중국 전역 평균(8만5698위안)의 3배에 달한다. 중국 전체 매장량의 33%를 차지하는 천연가스와 17% 수준인 석탄 등 풍부한 자원의 영향이 컸다.

중국 네이멍구 어얼둬쓰 도심 ❘



 '주택은 많은데 사람이 없다'

2024년 공식 자료에 따르면 개발업자들이 완공했지만 판매되지 않은 주택이 전국적으로 3억9,100만 제곱미터로 201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거의 완공되고 사전 판매 승인을 받은 주택을 포함하면, 재고는 약 18억 제곱미터로 훨씬 크다.

그렇다고 집이 '남아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문제는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다. 수요는 대도시·교통지구·산업벨트에 집중되어 있고, 공급은 지방 3선 이하 도시 또는 외곽 신도시에 과잉되었다. 대부분의 과잉 재고는 중소도시에 위치하고 있다. 다시 말해, 원하는 곳엔 집이 없고, 있는 곳엔 사람이 없는 구조다.

게다가 중국은 2022년을 기점으로 인구 감소 국면에 접어들었다. 2024년 중국 인구는 14억828만 명으로 전년 대비 139만 명 줄었다. 유엔 세계인구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출산율은 2023년 약 1.0으로 인구 1,000만 명 이상 국가 중 한국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었다. 청년층은 고용 불안과 소득 정체로 주택 구매 여력이 낮아졌다. 

잊혀진 투자자들

유령 도시는 도시계획의 실패일뿐 아니라 중산층의 자산이 묶인 '자산의 무덤'이기도 하다. 2010년대 중후반, 지방 도시의 분양권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초기 투자처로 여겨졌고, 다주택자들은 대출을 끌어 모아 외지 분양을 받았다.

이들 중 상당수는 아직 완공되지 않은 아파트의 대출을 상환 중이며, 임대도 어렵고 매각도 불가능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일부는 부실 개발사의 파산으로 계약 자체가 무효화되기도 했다. 헝다 사태 이후 신탁상품에 투자한 고령층 피해자와 함께, 유령 도시는 '자산 신화'의 붕괴를 실감하게 하는 대표적인 장면이 되었다.

 

 정부의 선택은?

중국 정부는 2024년부터 미완공 주택의 완공을 지원하는 기금 조성과 동시에, 지방 정부가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은 지방 정부가 미판매 주택을 구입하도록 3,000억 위안(약 56조7,640억 원) 규모의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수요 측면에서는 도시들이 최저 다운페이먼트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낮추도록 권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들이 공급을 줄이고 위기에서 벗어나는 길로 이끌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일각에서는 공공임대주택 전환, 임대시장 확대, 구조조정을 통한 공급 정리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시장의 신뢰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특히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구조적으로 고착된 상황에서, 현재의 출산율로는 출생 인구가 한 세대, 즉 30년마다 절반으로 감소하는 속도로 줄어들 것이다.

2020년대 들어서 이러한 유령도시 가운데서 인프라가 어느 정도 갖추어진 일부 도시들은 '탕핑족'들이 싼값에 집을 구입해서 정착하며 도시가 활성화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대도시에서의 비싼 집값과 월세비에 지친 사람들이 이런 도시들로 이주하며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