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현재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심각한 구조적 양극화가 고착화되고 있다. 단순한 지역 간 가격 차이를 넘어, 주거 안정성과 자산 형성의 근본적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서울과 지방, 자산 격차의 고착화
2024년 기준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의 아파트 평(3.3㎡)당 가격이 각각 9,285만 원, 9,145만 원을 기록했다. 이는 10년 전인 2014년(서초구 3,003만 원, 강남구 3,402만 원)과 비교해 무려 209%, 169% 상승한 수치다. 서울 아파트 전체 평균은 4,874만 원으로, 강남권과의 격차가 2배에 달한다.
이러한 격차는 최근 더욱 확대되고 있다. 2025년 부동산 시장은 서울과 지방의 극심한 양극화가 특징이며, 지방은 해소되지 않은 미분양 부담과 경기 침체로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1군 건설사 브랜드 아파트조차 분양 미달 사태를 겪는 지방도시가 늘고 있어, 자산 축적의 기회가 특정 지역에만 집중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강남 3구 내 세분화와 용산의 부상
서울 내부 양극화도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2025년 3월 기준 강남구는 전주 대비 0.83% 급등하며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송파구(0.79%), 서초구(0.69%)가 뒤를 이었다.
주목할 점은 기존 '강남 3구' 구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용산구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가격이 7,477만 원으로 3위를 기록하며, 1년 전 송파구를 제치고 상위권에 진입했다. 이는 대통령실 이전과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구상 등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주)직방의 분석에 따르면 2025년 2월 실거래를 기준으로, 서울 84㎡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서초(31억 4,043만 원), 강남(27억 634만 원), 송파(20억 2,813만 원), 용산(19억 1,413만 원)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도봉(6억 1,529만 원), 강북(6억 8,257만 원) 등과의 격차는 5배 이상으로 벌어졌다.
월세 전환 가속화와 임대시장 구조 변화
부동산 양극화는 임대 시장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2024년 서울 주택 임대차 거래 82만 건 중 월세 비율이 60.3%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60%를 넘었다. 2025년 1분기에는 63.6%로 더 상승했다. 이는 전세가 지배적이었던 과거와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주택 유형별 차이다. 2024년 주택 유형별 월세 비중은 아파트 43.8%, 연립·다세대 59.3%, 오피스텔 66.6%로 나타났다. 연립·다세대 등 비아파트 월세 거래 비율은 최근 5년 평균(52%) 대비 7~17%포인트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고금리 장기화와 전세사기 여파가 있다. 서울 연립·다세대 월세 비중은 2020년 29.5%에서 2024년 53.9%로 1.8배 증가했다. 전세자금 대출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세입자들이 월세로 전환하고, 집주인 역시 유동성 확보를 위해 월세를 선호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2025년 3월 정부가 강남 3구와 용산구의 모든 아파트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 지정했지만, 이로 인해 주변 지역으로 관심이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보유세 완화 조치 역시 다주택자나 고가 주택 보유자의 부담을 줄이는 대신, 무주택자의 시장 진입을 실질적으로 돕지 못하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는 '로또 아파트'라는 희소한 기회를 만들어내면서, 실수요자들 간의 박탈감을 오히려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세대 간 자산 격차의 고착화
주거지에 따라 자산 축적 가능성이 달라지는 현실은 세대 간, 계층 간 불평등 구조를 심화시키고 있다. 전체 가구 중 자가에 거주하는 비율을 의미하는 '자가점유율'은 58%를 기록했고, 자가를 보유한 가구 비율인 '자가보유율'은 61.2%를 기록하며 200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연령대별 격차는 심각하다. 부모 세대의 자산 유무가 자녀의 서울 진입 가능성을 좌우하고, 청년층의 수도권 내 주거 독립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2030세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27%가 '주거 안정'을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꼽았다.
지역 경제와 국토 균형발전에 미치는 영향
부동산 양극화는 지역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과 경기 남부, 세종 등 일부 지역에만 자금과 인구가 몰리면서, 지방 도시의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분양 업계에서는 고분양가에 계약이 완료된 아파트의 입주 시기가 다가오면서 '마이너스 프리미엄' 분양권이 시장에 쌓이면 수도권까지 미분양이 발생하고 부동산이 본격적인 침체기에 접어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부동산 문제가 아닌, 국토 균형발전과 노동시장 분산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특정 지역의 부동산 자산화가 심화될수록, 다른 지역의 상대적 박탈감과 경제적 소외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의 부동산 양극화는 단순한 가격 차이를 넘어, 주거 안정성과 자산 형성의 기회를 통째로 가르는 경계선이 되고 있다. '어디에 사느냐'보다 '어디에 살 수 있었느냐'가 미래의 격차를 결정짓는 현실에서, 근본적인 주택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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