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현재 한국 부동산 시장은 심각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집값 급등이 우려스러운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6월 셋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36% 상승하며 20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는 2018년 9월 둘째 주(0.45%) 이후 약 6년 9개월 만의 최대폭 상승이다. 이어 6월 넷째 주에는 상승률이 0.43%에 달해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졌다는 점도 주목된다.
지역별 양극화 심화
현재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서울·수도권과 지방 간의 극심한 양극화다. 서울의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한강벨트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이 주도되고 있으며, 이는 점차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5년 4월 기준 서울 아파트 전체 시가총액은 약 1,689조 원이며, 이 중 강남3구가 733조 원 이상을 차지해 서울 전체의 43%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이는 서울 아파트 시총의 절반 가까이가 강남3구에 집중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집값 상승과 함께 거래량도 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025년 5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7,569건으로, 4월(5,148건)보다 약 47% 증가했다. 이는 3월(10,262건)에 이어 올해 들어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5월 기준 서울 집합건물 매수자 중 생애 최초 구입자는 5,952명으로, 이는 2021년 11월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주택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감이 야기한 '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가 있다.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6년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2만 4,462가구로, 2025년 입주 물량(4만 6,710가구)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부동산 버블의 구조적 원인
한국 부동산 시장의 근본적 문제는 만성적인 공급 부족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아파트 10곳 중 3곳 이상이 입주 30년을 넘긴 노후 아파트일 정도로 노후화가 가속되고 있다. 신축 단지에 대한 수요자 선호도는 높은 반면 공급은 제한적이어서 가격 상승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
3기 신도시의 경우에도 착공 지연이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으로 전체 공급 예정 물량 17만 4,000여 가구 중 실제 착공에 들어간 물량은 약 1만 1,000가구로, 전체의 6.3%에 그친다.
한국은행은 2025년 상반기 기준금리를 2.75%에서 2.5%로 인하했다. 이에 따라 시중 유동성이 다시 증가하면서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하반기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부동산 투자 심리가 더욱 자극받고 있다.
7월부터 시행될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조치를 앞두고, 대출 여건이 더 악화되기 전에 매수하려는 '막차 수요'도 시장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이제는 세금으로 집값 잡는 일은 하지 않겠다"며 공급 확대 중심의 정책 방향을 제시해왔다. 이는 수요 억제를 우선했던 문재인 정부와는 차별화된 접근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향후 250만 가구 공급을 공약으로 제시했으며, 그중에는 청년·신혼부부 대상 공공임대주택도 포함된다. 구체적 공급 방식은 다음과 같다.
- 4기 신도시 개발: GTX 교통망 연계한 스마트시티 조성
- 유휴부지 활용: 공공기관·기업 부지의 주거 전환
- 직주근접형 주택 확대: 슬세권 중심 청년 주거 지원
-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용적률·건폐율 완화 추진
이재명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은 손댈 때마다 문제가 된다"며 과도한 개입을 지양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세제 중심의 시장 개입을 추구한 문재인 정부와는 일정한 선을 긋는 태도로 해석된다.
이재명 정부의 첫 번째 부동산 대책
서울 아파트값이 6년 9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고 거래량이 급증하자, 정부는 출범 이후 첫 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기존 공급 확대 기조와 달리 단기적 시장 안정을 목표로 금융 규제 중심의 조치가 핵심이다.
- 수도권·규제지역 주담대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 (6월 28일 시행)
- 분양 주택 중도금 대출은 한도 제외
- 다주택자 대출 전면 금지
- 2주택 이상 보유자 추가 주담대 전면 금지
- 1주택자는 6개월 내 기존 주택 처분 조건 하에만 허용
- 수도권·규제지역 주택 매입 시 6개월 내 전입 의무 부과
- 수도권·규제지역의 LTV를 80% → 70%로 하향 (7월 21일 시행)
- 디딤돌대출 한도 대폭 축소
- 수도권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
- 전세대출 보증비율 90% → 80%로 축소
이번 대책은 문재인 정부 당시보다 더 강도 높은 금융 규제로 평가된다. 당시에는 15억 원 이상 고가 주택만을 대상으로 했던 주담대 규제를, 이재명 정부는 모든 수도권·규제지역 주택에 일괄 적용했다.
고소득 맞벌이 가구나 전문직의 ‘영끌’ 매수를 차단하려는 의도가 명확하다. 기존 DSR 규제상 연소득 1억 원이면 약 6억 원까지 대출이 가능했으나, 이번 조치로 이를 일괄 제한하게 된 셈이다.
시장 반응과 전망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단기적으로 수요 억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한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은 "직접적 매입 수요 억제가 가능해 시장을 관망세로 돌릴 수 있을 것"이라 진단했다. NH농협은행 김효선 수석위원도 "다주택자의 주택 취득 경로를 차단해 시장 과열 완화가 가능할 것"이라 전망했다.
반면 실수요자도 규제 대상이 되면서 부작용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출 조건 충족이 어려워진 생애최초·무주택자들이 전세 수요로 몰리며, 전세 공급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정부는 이번 규제 외에도 필요 시 규제지역 추가 지정 등 후속 조치를 배제하지 않고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책 딜레마와 과제
이재명 정부는 공급 확대를 주요 기조로 내세웠으나, 단기 시장 안정 목적의 수요 억제 조치를 병행하면서 양 방향 정책의 충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공급 확대는 통상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 모두 부동산 정책이 지지율에 직접적 영향을 받아 왔으며, 문재인 정부 역시 여론조사에서 부동산 정책이 부정평가 1위 원인이 된 바 있다. 이재명 정부도 유사한 부담을 안고 있다.
공급 확대를 강조하면서도, 여전히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유지되고 있어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존재한다.
단기적으로는 금융 규제를 통한 과열 진정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공급 확대와 지역 균형, 주거복지 등 종합적 대책이 병행되어야 실질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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