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1년 소비에트 연방의 해체는 모스크바 국립 무용 학교에게 존재론적 위기를 가져다주었다. 국가 예산으로만 운영되던 학교는 하루아침에 재정 자립을 요구받았고, '국가를 위한 예술가 양성'이라는 명분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다. 위기는 곧 기회가 되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 해외 유학생 유치가 본격화되면서, 폐쇄적이던 학교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일본과 서유럽 학생들이 주를 이뤘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한국, 중국, 미국 등 전 세계에서 학생들이 몰려들었다. 현재 20개국 이상에서 온 외국인 학생들이 재학 중이며, 이는 단순한 수치 변화가 아니다. 교실 안에서 러시아어, 영어, 한국어, 중국어가 뒤섞이고,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함께 바를 잡고 플리에를 하는 풍경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