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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모네의 07/08시즌 오리지널 댄스 테마는 <Dark eyes>였는데 마리나 주에바가 강하게 요구해서 이 곡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버모네는 끝내 이 프로그램과 일체가 되지 못했다고 고백하는데 개인적으로도 <Dark eyes>를 좋아한 적이 없었으니 선수가 느끼는 것을 팬들도 어느 정도는 느낄 수 있는 것 같네요.
반면에 프리 <쉘부르의 우산>, 특히 2008년 세계선수권 때의 연기는 마스터피스였는데 버모네 역시 처음부터 이 프로그램과 사랑에 빠졌다고 합니다. 영화 비디오를 빌려 보면서 역할 연구를 했다고 하는데 워낙 유명한 영화니까 따로 줄거리를 설명할 필요는 없을 듯..
사실 버모네가 스스로 말하듯이 07/08시즌 FD 쉘부르의 우산은 자신들의 얘기이기도 했죠. 젊은 연인이 서로에 대한 사랑을 깨달아가는 것처럼 버모네 역시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면서 둘도 없는 파트너가 되어가는 중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캐릭터에 몰입하기도 수월하지 않았나 싶네요.
쉘부르의 우산은 버모네의 풋풋한 매력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었는데, 새하얀 은반 위에서 솜사탕을 뿌리면서 스케이트를 타는 것처럼 달달한 케미스트리가 일품이었죠.
주니어 때부터 스케이팅 기술과 댄스 기본기가 탄탄했던 버모네가 시니어 2년차인 07/08 시즌을 대비하며 주력했던 부문 중 하나가 리프트였는데, 버모네의 리프트 기술을 향상시킬 의도로 마리나 주에바와 이고르 쉬필밴드는 몬트리올에 있는 서커스 학교에서 곡예사를 초빙했죠. 버모네가 리프트에 대해 새로이 눈을 뜨는 계기가 되었는데 이전까지만 해도 리프트는 근육의 힘을 이용하여 들어올리는 것으로 생각했다면 이때 이후로는 리프트가 타이밍과 균형의 기술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 큰 소득이었습니다. 이로써 버모네가 원하던 창의적인 리프트를 프로그램에 도입할 수 있게 되었죠.
보통 봄에 프로그램 음악을 결정하고 OD와 FD에 집중하다가 여름에 CD를 병행하는 것이 버모네의 훈련 패턴이었는데 2007년 여름에 이후 골칫거리가 되는 테사의 정강이쪽 경련이 처음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오리저널 댄스와 프리댄스를 할 때는 통증이 없었지만 CD를 연습할 때마다 정강이 쪽에 통증을 느끼게 되었는데, 컴펄서리 댄스는 무릎을 깊게 쓰면서 딥 에지를 유지해야 하는 만큼 정강이와 무릎 등에 지속적인 부담을 주게 되죠.
07/08시즌 첫 시니어 그랑프리 무대였던 캐나다 대회에서 2위를 25점차로 여유 있게 따돌리며 우승했지만, 테사의 통증은 계속되고 있었고 NHK 대회 때는 테사가 다리에 부상을 입으면서 2위에 그쳤죠.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는 스캇 모이어가 OD에서 트위즐 실수를 하며 종합 4위에 그쳤는데 비록 포디움에 들지 못했지만 스캇 모이어가 자신들이 대회 다른 어떤 팀보다 실력이 더 낫다고 생각한 반면에 테사 버츄는 약간 겁을 먹은 채로 자신들이 이 무대에 설 자격이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느꼈다고 합니다. 스캇 모이어가 훈련 도중에 우리는 세계 최고의 스케이터라는 말을 반복하며 테사에게 확신을 심어주려고 노력했죠.
2008 캐나다 내셔널은 밴쿠버 올림픽이 열릴 예정인 퍼시픽 콜리세움 경기장에서 개최되었는데 버모네는 이 대회에서 처음으로 캐나다 시니어 챔피언이 되었고 2위와는 35점 차이로 우승했죠.
2008 4CC에서 데화네를 가볍게 누르고 우승하면서 세계선수권 메달의 희망을 높였지만, 문제는 역시 테사의 통증이었습니다.
세계선수권을 한 달 앞두고 물리치료사에게 근막이완요법 치료를 받았지만 효과는 일시적이었고 스케이트를 타면 또 다시 고통을 느끼는 일이 반복되었죠.
2008년 세계선수권 대회 때의 CD는 아르헨티나 탱고였는데, 첫 번째 시퀀스가 끝날 즈음 정강이 쪽이 불타는 듯한 통증을 느꼈고 무척 고통스러웠다고 하는데, 끝내 내색하지 않고 훌륭하게 수행한 것을 보면 테사도 어지간히 독한 면이 있는 것 같네요. 정상의 자리가 재능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겠죠.
2008년 세계선수권 CD 아르헨티나 탱고
https://youtu.be/mVnKrTLdfyY?si=pYJpDvoHqMdgN02X
컴펄서리에서 2위를 한 버모네는 OD에서 테사가 트위즐 실수를 하며 종합 3위로 떨어졌지만, 프리 댄스에서 1위를 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2008년 세계선수권 FD 쉘부르의 우산은 마스터피스였고, 스캇 모이어는 음악이 시작하는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가 마치 한순간처럼 느껴졌고, 지금도 그때 느꼈던 그 느낌을 쫓고 있다고 얘기합니다. 우리말로 표현하면 프리 댄스를 추는 시간이 꿈결같이 지나갔다고 말할 수 있겠죠.
https://youtu.be/SRjqNbM9RHM?si=AZ2fM8vvocQCX5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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