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버츄&모이어 이야기 6] 08/09 시즌

엘노스 2025. 6. 2. 13:11

 

08/09시즌은 '테사 버츄의 부상과 파트너쉽의 위기'로 요약할 수 있을 듯합니다.

 

2008년 세계선수권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이후 2009년 세계선수권 대회에선 대망의 금메달을 따기 위해 하루에 10~13시간씩 맹훈련을 하던 버모네에게 닥친 재앙은 2007년 여름부터 시작되었던 테사의 정강이쪽 통증이 갈수록 심해진 것이었죠.

 

컴펄서리 댄스만 조심하면 될 것으로 생각하고 CD는 부분적으로 나눠서 연습하고 다른 부문에 집중했지만, 과도한 오버트레이닝으로 인해 테사의 정강이 경련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었고, 한 번에 30초 이상 스케이트를 타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졌습니다. 

 

2008년 여름 동안 4명의 의사를 만나봤지만 저마다 처방이 달랐고 효과도 없었죠. 테사가 버틸 수 한도 내에서 프로그램의 일부만 연습하는 것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

 

2008년 9월이 되어 캐나다 국가대표팀 훈련 캠프에 합류하기 직전에 'Chronic Exertional Compartment Syndrome' 검사를 받았는데 여기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죠.  근육의 과다 사용 때문에 근육 주위의 세포 조직이 경직되어 근육이 수축과 이완이 원활하게 되지 않는 증상이었고,  피도 잘 통하지 않아 노폐물이 쌓여 경련을 유발하게 된 것이었죠.

 

걷는 것조차 힘들어질 정도가 되자 결국 테사 버츄는 수술과 은퇴, 둘 중 하나의 갈림길에 서게 되었는데, 문제는 CECS가 사람마다 증상이 다르게 나타나는 터라서 수술을 받게 되면 회복하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다는 점이었죠.

 

결국, 테사가 2008년 10월에 4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은 후에 런던시의 자택에서 요양을 하게 되었고, 스케이트 캐나다 대회 불참은 불가피했죠. 12월에 열리는 NHK 대회 참가 역시 참가할 수 없었습니다. 수술을 받은 후에 꼬박 두 달 동안 재활운동에 매달려야 했던 터라서 12월 초가 되어서야 아이스링크에 설 수 있었는데 그때도 겨우 10분 동안 초보자처럼 조심스럽게 스케이트를 타는 것이 전부였죠.  

 

테사 버츄가 재활에 전념하는 동안 스캇 모이어는 빙판에서 홀로 프로그램을 연습하며 체육관에서 평소보다 더 많은 땀을 흘렸는데 훈련에 매진하는 것이 당시로선 좌절감을 풀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을 겁니다.

 

테사가 재활에 전념하는 동안 두 사람의 파트너쉽에도 위기가 찾아왔는데, 테사 버츄가 8살, 스캇 모이어가 10살 때부터 둘은 한 조를 이뤄서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고 의사소통하는 데 많은 말이  필요가 없을 정도로 상대방을 잘 알았죠. 물론, 2달이라는 긴(?) 시간 동안 서로 떨어져본 적도 없었고..

 

하지만, 테사가 수술을 받고 재활에 전념하는 동안 둘은 서로를 배려해서 연락조차 하지 않았는데 이게 큰 실수였고, 2달 후 테사의 고향에서 재회했을 때 둘 사이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겼고 파트너쉽이 삐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테사의 고향인 런던시의 아이스링크에서 버모네는 2주 동안 매일 몇 분에 걸친 가벼운 활주만 하다가 캔튼의 아크틱 클럽에 돌아와서도 하루에 30분씩 스트로킹 정도만 할 수 있었고, 2009 캐나다 내셔널이 불과 3주 남은 상황이었지만 프로그램을 전혀 연습할 수 없는 상황이었죠.

 

상세가 호전될 기미를 보이자 프로그램을 다시 연습하기 시작했지만, 테사의 컨디션이 하루는 좋아졌다가 하루는 또 나빠지곤 했고, 2009년 1월부터는 물리 치료를 정기적으로 받기 시작했는데, 밴쿠버 올림픽 때까지도 계속 이어졌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과거엔 하루에 두 차례씩 프로그램을 런쓰루 하던 버모네가 프로그램을 부분으로 나눠서  일부만 연습할 수밖에 없었고, 캐나다 내셔널이 열리기 직전에 딱 한 번 런쓰루를 해볼 수 있었습니다. 테사는 다음날 걷지도 못할 만큼 고통에 시달렸죠.

 

이런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2009 캐나다 내셔널에서 타이틀 방어는 무난히 성공했는데 대가가 적지는 않았죠. 테사의 통증이 심해져서 1주일 동안 훈련을 하지 못했으니까요.

 

08/09시즌은 사실상 훈련을 거의 하지 못했던 터라서 결과에 마음을 비울 수도 있었겠지만, 버모네 특히 스캇 모이어처럼 경쟁심이 강한 성격은 이 순간에도 대회에서 승리를 원하고 있었죠.

 

로스엔젤레스에서 열린 2009년 세계선수권 대회 컴펄서리 댄스는 파소 도블레였는데, 첫 번째 시퀀스를 마친 직후 테사는 죽을 것 같은 고통을 느꼈음에도 견고한 스케이팅을 보여주며 3위로 마쳤고, OD에서는 스캇 모이어가  트위즐에서 실수를 했죠.

 

버모네는 프리 프로그램에 자신감을 품고 있었는데 결국 종합 3위를 하며 동메달에 머물렀습니다. 08/09시즌의 프리 댄스는 버모네가 프로그램의 잠재력을 100% 끌어낼 수 있었다면 멋진 프로그램이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더군요. 물론, 시즌 내내 부상으로 제대로 연습을 하지 못했음에도 이런 퍼포먼스를 보여준 것은 굉장했지만요.

 

2009년 세계선수권 대회 프리 댄스

 

https://youtu.be/e7vsQKRIP2M?si=zmB4FMjDYr56dy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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