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버츄&모이어 이야기 1] 테사 버츄와 스캇 모이어의 만남

엘노스 2025. 6. 2. 12:25

테사 버츄&스캇 모이어(이하 버모네로 약칭)가 일더튼 클럽에서 스케이팅을 배우기 시작하던 무렵 버츄와 모이어의 가족은 서로 10여 분 거리에 살고 있었고, 테사의 고향인 캐나다 온타리오 주 남서지방의 런던시는 숲의 도시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경관이 빼어나고 교육환경도 좋은 도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테사 버츄의 어머니 케이트는 한때 발레를 배운 적이 있고 변호사인 아버지 짐은 각종 스포츠에도 능했던 만큼 네 자녀는 어릴 때부터 부모의 영향으로 다양한 스포츠 활동에 참가했는데 테사의 두 오빠 중 케빈은 볼티모어 오리올스 구단에 드래프트 될 정도로 야구에 재능이 있었죠. 세 살 때부터 발레와 모던 무용을 배우기 시작한 막내 테사는 오빠들과 함께 야구와 미식축구 등을 즐기던 활동적인 아이였다고 합니다.

 

스캇 모이어의 가족은 스케이터 집안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스캇의 어머니 알마와 쌍둥이 자매인 캐롤이 모두 피겨 선수 출신의 스케이팅 코치입니다. 모이어 형제는 이모인 캐롤에게서 피겨를 배웠고 당시 이들 형제의 관심사는 아이스하키였던 터라 하키 선수가 되기 위해 스케이팅 기술을 연마하는 것이 목적이었죠.

 

일더튼 스케이팅 클럽이 큰 명성을 누리면서 런던 지역을 대표하는 스포츠 클럽으로 성장한 데는 코치인 알마, 캐롤 자매의 역할이 컸다고 합니다.

 

맞벌이 부부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테사의 할머니가 손녀를 차에 태우고 집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던 Ilderton 스케이팅 클럽에 데려다주곤 했던 때가 스캇 모이어가 막 8살이 되던 해였고, 당시 두 사람은 캐롤 모이어에게 싱글 스케이터 레슨을 따로 받았습니다.

 

처음 두 해 동안 테사와 스캇은 서로를 잘 몰랐고 얘기를 나눠본 적도 없었지만, 스캇의 사촌 누나 카라 모이어와 테사의 친언니 조던 버츄는 친한 친구였던 터라 두 사람이 공모해서 집안의 막내둥이인 스캇과 테사의 데이트를 주선하기로 했죠.

 

1997년 여름 둘의 짧은 교제는 스캇 모이어의 다음과 같은 퉁명스러운 전화 한 통화로 막을 내리게 됩니다. "난 너와 더이상 사귀지 않을 거야!(I don't want to go out with you anymore)."

 

스캇 모이어와 함께 아이스댄스 지역대회에 참가했던 여자 파트너가 그만두자 조카의 새로운 짝을 물색하던 캐롤은 1997년 가을에 테사와 스캇을 불러서 키를 재보도록 했고, 내심 둘을 짝지울 생각을 했죠. 이때 테사가 8살, 스캇이 10살이었습니다. 현재까지 지속되는 오랜 파트너 관계의 시작이었죠.

 

 스캇 모이어가 자란 일더튼은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미들섹스 카운티에 속한 작은 시골 마을입니다. 미들섹스 카운티의 군청소재지가 바로 테사의 고향인 뉴 런던이죠. 런던시에서 차를 몰고 20번 국도를 따라 10분 정도만 가면 일더튼 마을에 도착한다고 합니다.

 

지역명소인 Ilderton Arena, 일더튼 경기장은 70년대 초에 세워진 이래로 줄곧 지역 문화생활의 중심지였고, 버모네가 캐롤 모이어로부터 피겨 스케이팅을 배웠던 일더튼 스케이팅 클럽이 있는 곳이죠.

 

모이어 집안의 뒷뜰에서 불과 50여 미터 떨어진 곳에 Ilderton Arena가 있는데다 알마 자매가 스케이팅 코치로 일했던 터라 어릴 때부터 모이어 형제에게 스케이팅은 생활의 일부였죠.

일더튼은 버모네 스케이팅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고, 스캇 모이어는 늘 자신들이 일더튼을 대표해서 경기에 나간다고 생각했는데, 밴쿠버 올림픽 당시 주민들의 응원 열기도 뜨거웠습니다.

 

1997년 가을, 캐롤 모이어가 둘을 짝지울 생각을 한 이후 테사와 스캇이 함께 하는 시간이 점차 늘었지만, 98년 4월까지만 해도 둘은 싱글 스케이터 레슨을 따로 받으면서 댄스 수업 시간에 짝을 이뤄 스케이트를 타는 느슨한 관계였죠.

 

98년 7월에는 테사 버츄가 캐나다 국립 발레 스쿨 오디션에 합격해서 한 달 동안 합숙 훈련을 한 이후 클럽으로 돌아왔고, 그해 여름 테사와 스캇은 함께 고속도로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키치너 스케이팅 클럽에 주 1회 정도로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스캇의 형인 대니 모이어를 가르치던 폴 매킨토시에게 가르침을 받기 위해서였죠.

 

1998년 겨울 'Western ontario invitational competition' 에 아이스댄스 조로 참가한 것이 둘의 첫 공식 대회였는데, 이때를 기점으로 둘의 파트너쉽은 전환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매년 봄마다 버모네의 부모들이 만나서 아이들이 계속 함께 할 것인지를 의논하는 정기 모임도 98년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더군요.

캐롤 모이어가 테사와 스캇의 키를 재보도록 한 이래로 둘의 관계는 인위적이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발전하는 과정이었고, 부모들 역시 먼 장래보다는 처음에는 1년 단위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당시는 아무도 둘의 파트너 관계가 16년이나 지속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테니까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