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아베 이후 군사 대전환: '평화 국가'에서 '전쟁 가능 국가'로

엘노스 2025. 6. 18. 16:21

 

2012년, 아베 신조는 ‘강한 일본의 부활’을 내세우며 총리직에 복귀했다. 이 슬로건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경제 회복을 위한 아베노믹스와 더불어, 안보·외교 정책에도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선언이었다. 그 중심에는 자위대의 위상 변화와 헌법 9조 해석 수정이 있었다.

아베는 2007년 건강 문제로 1차 총리 임기를 마친 뒤, 2012년 재집권하며 8년 8개월간 최장기 집권했다. 이 기간 동안 일본의 평화헌법 체제에 가장 중대한 변화를 가져온 총리로 기록된다.


집단자위권의 부활


가장 결정적인 사건은 2014년 7월 1일, 아베 내각이 헌법 9조 해석을 수정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공식 허용한 것이다. 이는 전후 약 60년간 유지된 금지 해석을 뒤집는 조치였으며, 동맹국이 공격받을 경우 일본도 군사적으로 참전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명목상으로는 자국민과 생명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했지만, 사실상 우방국의 전쟁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터는 게 목적이었다.

이 해석 변경은 헌법 개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가능했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합헌으로 처리되었다. 그러나 일본 내부에서는 전후 평화주의의 근간을 흔든 조치라는 비판이 컸고, 대규모 시위와 지식인·법조계 반대가 이어졌다.

 

무기 체계의 질적 변화


아베 정권은 자위대의 장비 및 작전 범위도 크게 확장했다. 특히 F-35 스텔스 전투기 도입 규모가 크게 늘었다. 일본은 105대의 F-35A와 42대의 F-35B 도입을 합쳐 총 147대를 계획하며, 이는 미국 외 국가 중 최대 규모이다.

또한 2023년에는 반격 능력을 공식화한 후, 일본 정부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400기 도입을 결정했다. 미사일은 2025 회계연도부터 순차적으로 도입되며,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겨 시행 중이다. 이 사거리 약 1,600km의 미사일은 한반도 전체와 중국 동부 해안까지 도달 가능해 인접국의 우려를 낳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를 적극적 방어라고 표현하지만, 사실상 선제타격 능력 확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예산 확대와 제도 정비


2022년 말, 기시다 내각은 국가안보전략, 방위대강, 중기방위력 정비계획 등 주요 안보 문서를 개정하며, 2027년까지 방위비를 GDP 대비 2퍼센트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명시했다.

2015년 9월 19일에는 일본 의회에서 평화안전법제가 통과되었다. 이 법은 자위대가 평시에도 미군과 공동 작전을 수행하고, 해외에서 조건부 무력행사를 가능케 하는 내용을 담았으며, 야당과 여론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새벽에 통과됐다.

 

아베 이후의 지속과 가속화


2022년 7월 8일 아베 신조 암살 사건 이후에도 그의 정책 유산은 이어지고 있다. 기시다 내각에 이어 2024년 10월 이시바 시게루 총리 취임 이후에도 반격 능력 보유, 방위비 GDP 2퍼센트 목표, 토마호크 도입 등 아베 시대에 구상된 정책들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역사 인식에서 온건한 평가를 받지만, 동시에 자위대의 헌법 명기와 방위력 강화에 대해 전문가로서 지지해 왔다. 이는 일본 안보정책이 특정 총리의 성향을 넘어 구조적 변화의 궤도에 들어섰다는 점을 보여준다.

자위대는 여전히 명목상으로는 군대가 아니지만, 장비, 권한, 작전 범위 면에서는 실질적인 군대로 진화했다. 1976년 방위대강 이후 거의 50년 만에, 일본의 방위정책은 전수방위 원칙에서 적극적 반격 능력 보유로, 그리고 GDP 1퍼센트 제한에서 2퍼센트 목표로의 전환을 이루며 질적 전환 단계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