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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기술과 탄소 시장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은 두 방향으로 나뉜다. 하나는 석탄·석유 사용을 줄이고 에너지 체계를 전환하는 '감축' 중심 접근이고, 다른 하나는 새로운 기술로 탄소를 포집하거나 대기 중에서 제거하는 '기술적 해법'이다. 최근 들어 후자의 접근이 빠르게 주목받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기술에 분산시키면서, 기후 대응 방식이 점차 ‘시장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탄소포집 기술은 어디까지 왔나 대표적인 기후 기술은 탄소포집 및 저장(Carbon Capture and Storage, CCS)이다. 산업 공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모아 지하 암반층에 주입하거나, 바닷속에 저장하는 방식이다. 2022년 기준으로 전 세계 30여 개의 CCS 사업이 가동 중이었고, 총 저장 용량은 약 4,300만 톤(M..

시사 11:33:35

기후 변화와 농업 위기

기후 변화는 가장 기본적인 생존 조건인 '먹는 것'부터 흔들고 있다. 2020년대 들어 전 세계 농업은 점점 더 불확실한 환경에 놓이고 있으며, 특히 2023~2025년 사이에는 기후 요인에 의한 곡물 생산 차질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전 세계 식량 체계는 거대한 공급망으로 연결돼 있지만, 그 구조 자체가 기후 리스크에 취약하다.세계 주요 곡물인 밀, 쌀, 옥수수, 콩의 생산과 수출은 소수 국가에 집중돼 있다. 밀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쌀은 인도, 옥수수는 미국과 브라질, 콩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주요 수출국이다. 이들 지역에 극심한 가뭄이나 폭우, 고온, 엘니뇨 등 이상 기상이 발생하면 세계 시장 전체에 영향을 준다.2023년의 실제 사례들만 봐도 그렇다. 아르헨티나는 가뭄으로 인해 곡물 피해액..

시사 2025.07.25

하이브리드 극단 기후: 기후 위기의 진화

2025년 여름은 단순히 ‘더위’라는 단어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유럽과 아시아는 기록적인 폭염에 직면했고, 수천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재난의 양상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세계 곳곳에서 폭염과 동시에 극단적인 강수, 홍수, 산사태, 전력망 붕괴 등 복합적 기후 재해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기후위기는 단일한 사건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재난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중첩되는 양상으로 진화하고 있다. 전 지구적 홍수 피해의 확산 2025년 6월 중순, 중국 남부 광시성 류저우 북부 일대에는 5일간 1,0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수만 명이 대피했고, 지역별로는 시간당 100mm를 넘는 국지성 폭우가 이어졌다. 화이지현에서는 하천 수위가 위험 수치를 초과했고, 교육·의료 시설 등 기반시설..

시사 2025.07.25

2025년 여름 역대급 폭염

2025년 6월은 지구 역사상 세 번째로 뜨거운 6월로 기록되었다. NOAA, NASA, 유럽 코페르니쿠스 기관 모두 "역대 세 번째"라는 평가를 내렸으며, NOAA는 176년 기록에서 20세기 평균보다 0.98℃ 높다고 발표했다.유럽이 특히 극한적이었다.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서유럽은 평균 기온이 20.49℃로 평년보다 +2.81℃ 높아 6월 기준 사상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이는 2003년 기록을 0.06℃ 상회하는 수치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과 런던대 위생열대의학교의 신속 분석 연구 결과, 유럽 12개 도시에서 6월 23일–7월 2일 사이 열사병 등으로 약 2,300명이 사망했으며, 그중 1,500명(65%)은 기후변화의 직접적 영향으로 추정된다. 특히 밀라노 ..

시사 2025.07.24

폭염과 물 부족의 시대

기후 변화는 단순히 더워졌다는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매년 반복되는 폭염, 가뭄, 산불, 태풍은 개인의 건강을 위협하고 도시 시스템을 압박하며, 사회 전반에 걸쳐 실제 비용을 만들어낸다.기 문제는 그 대가가 모두에게 똑같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후 위기는 점점 더 계층적이고, 불균형한 영향을 만들어내고 있다.2025년 6월, 미국에서는 약 1억 5천만 명이 극한 폭염 영향권에 들어갔다. 기후변화로 인해 이번 폭염은 과거보다 최소 세 배 이상 발생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냉방 시설이 없는 고령자 주거지, 이동식 주택, 저임금 야외 노동자들은 폭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유럽에서도 6월 말부터 7월 초 사이 약 2,300명이 폭염으로 사망했으며, 이 중 1,500명은 기후 변화가 ..

시사 2025.07.23

기후 위기, 숫자로 보는 현실

2024년은 지구 기후 기록을 새로 쓴 해였다. 세계기상기구(WMO)와 유럽연합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 등 주요 국제기구의 분석에 따르면, 2024년은 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되었고, 2023년의 기존 최고치를 경신했다. 극한 기상현상이 연중 계속되었고, 기후 시스템의 불균형도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지구는 얼마나 더워졌나2024년의 전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1850~1900년 평균) 대비 약 1.55°C 상승했다. 이는 파리협정이 정한 1.5°C 상승 한계를 실질적으로 넘어선 첫 해로 기록되었다.이산화탄소 농도도 역사적 고점에 도달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2024년 지구 평균 대기 중 CO₂ 농도가 422.8ppm에 달했다고 밝혔다. 특히 연간 증가폭이 3.75p..

시사 2025.07.23

브로드웨이 모델의 세계화

브로드웨이의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작품은 그 자체로 치열한 경쟁을 뚫은 결과다. 하지만, 경쟁의 기준은 예술성만이 아니다. 무엇이 '흥행 가능할 것인가'라는 판단이 가장 먼저 작동한다. 아이디어가 독창적이고 연출이 실험적일수록 무대에 오르기 어려운 반면, 이미 검증된 이야기나 익숙한 서사는 비교적 쉽게 투자 유치를 받을 수 있다. 브로드웨이 공연의 제작은 처음부터 민간 자본 유치를 전제로 시작된다. 통상적으로 프로듀서(또는 프로덕션 팀)가 대본과 작곡가, 연출가를 선정한 뒤, 수십 명의 엔젤 투자자(angel investor)나 공동 제작자(co-producer)에게 초기 제작비를 모집한다. 이 투자에는 법적 계약이 수반되며, 공연이 흥행할 경우 수익이 분배되고, 실패하면 전액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브로..

칼럼 2025.07.22

브로드웨이의 티켓값은 왜 비쌀까?

맨해튼 타임스퀘어를 걷다 보면 극장 간판이 자연스럽게 시야에 들어온다.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관객들은 한 장의 티켓을 손에 넣기 위해 몇 달 전부터 일정을 조정한다. 2024–2025 시즌 기준 브로드웨이 공연의 평균 티켓 가격은 약 129달러였다. 특히 덴젤 워싱턴이 출연한 『오셀로』는 특정 회차에서 900달러에 육박했고, 『굿 나이트, 굿 럭』은 1,000달러 이상에 리세일된 사례도 있었다. 이처럼 높은 가격은 단순히 ‘인기’나 ‘문화적 가치’로만 설명되지는 않는다.다이내믹 프라이싱: 실시간으로 변하는 티켓값브로드웨이 공연은 예술이면서 동시에 자본 시스템에 기반한다. 티켓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실시간으로 조정되는 시장가 개념에 가깝다. 다이내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은 항공권과 ..

칼럼 2025.07.22

AI 미인 시대

사진을 찍을 때 보정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보정된 상태에서 촬영이 이뤄지는 시대가 되었다. 이 전도된 순서는 현대 이미지 생산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과거의 보정은 사진 촬영 이후에 이뤄졌다. 포토샵을 활용해 명암을 조절하고, 잡티나 주름을 지우는 작업이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카메라 앱이 촬영 전부터 실시간 보정을 제공한다. 사용자가 셔터를 누르는 순간, 얼굴은 이미 여러 시각적 변형을 거친 상태다.대표적인 예는 실시간 보정 기능을 탑재한 앱들이다. 인스타그램, 스노우(SNOW), 틱톡, B612, SODA, ULIKE 등의 앱은 카메라 자체가 필터 기능을 내장하고 있다. 피부 톤 보정, 얼굴 윤곽 다듬기, 눈 크기 조절, 턱선 정리 등의 효과가 기본적으로 적용된다. 특히 스..

칼럼 2025.07.21

스타링크에서 델타 시스템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의 첨단기술

우크라이나 전쟁은 병력과 무기의 충돌을 넘어, 기술 인프라를 둘러싼 경쟁으로 진화하고 있다. 위성 통신망, 민간 드론, 인공지능 분석 도구가 실시간으로 전장에 적용되면서 전쟁의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군이 모든 기술을 독점했지만, 지금은 민간 기업의 기술이 전투 능력과 작전 범위를 좌우한다. 이른바 기업 의존형 하이브리드 전쟁이다.2022년 2월 26일, 러시아 침공 직후 우크라이나 부총리 미하일로 페도로프는 일론 머스크에게 트위터로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 지원을 요청했다. 머스크는 약 10시간 뒤 서비스를 활성화했고, 이틀 후 첫 단말기가 도착했다. 이후 스타링크는 군 통신의 핵심 인프라가 됐다. 단말기 수는 2024년까지 4만 2천 대를 넘어섰고, 폴란드가 1만 9천 500대를 지원했다. ..

시사 2025.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