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줄어드는 도시 vs 과밀한 도시

엘노스 2025. 7. 10. 16:15

인구 변화는 도시를 가장 직접적으로 바꾼다. 사람들이 더 이상 태어나지 않거나, 자라서 도시를 떠나거나, 특정 도시로만 몰려들면 그 흐름은 도시의 인프라, 주거, 교통, 산업, 공동체 구조에 그대로 반영된다.


오늘날 세계는 두 가지 상반된 도시 현상을 동시에 겪고 있다. 하나는 인구 감소로 쇠퇴하는 도시이고, 다른 하나는 인구 집중으로 과밀해지는 도시다. 이 두 흐름은 단순히 국가 간 차이로 설명되지 않고, 한 국가 안에서도 공존하고 있다.

 

사라지는 도시들


일본에서는 지방 소멸이 구체적인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2014년 일본창성회의가 발표한 이른바 ‘마스다 보고서’는, 지금의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40년까지 전국 1,799개 지자체 중 896곳이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준은 20~39세 여성 인구가 2010년 대비 절반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들이다.

 


홋카이도, 도호쿠, 시코쿠 지역의 중소도시들에서는 고령 인구 비율이 이미 전체의 40%를 넘는 곳들이 등장했고, 젊은 인구는 대도시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실제로 마을이 사라지거나 기능이 멈춘 사례도 있다. 인구 감소는 학교 폐교, 의료기관 축소, 대중교통 단절, 상점 철수 등 생활 기반의 붕괴로 이어진다. 최근에는 외국인 유입 등의 요인으로 소멸 위험 지자체 수가 744곳으로 다소 줄었지만, 근본적인 흐름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비슷한 현상은 유럽 일부 국가에서도 나타난다. 독일 동부의 구동독 지역은 통일 이후 지속적인 청년 인구 유출로 쇠퇴했고, 프랑스 중부의 농촌 지역은 의료·교육 인프라 부족으로 공공 서비스의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인구가 줄어드는 것뿐 아니라, 도시의 기능과 의미 자체가 점차 약해지는 변화다. 도시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줄어드는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과밀한 도시들: 서울, 뭄바이, 라고스의 현실


반대로 일부 도시는 인구 집중으로 심각한 과밀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서울, 베이징, 뭄바이, 자카르타, 카이로, 라고스처럼 급속히 성장한 대도시들은 물리적 수용 능력을 넘어서고 있다.


서울의 인구는 감소세에 있지만, 수도권 전체 인구는 2024년 현재 약 2,630만 명으로, 전국 인구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이로 인해 주거비 상승, 교통 혼잡, 교육 경쟁, 인프라 과부하 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인도 뭄바이는 도시권 기준으로 약 2,170만 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도시 자체 인구만 해도 1,250만 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40% 이상이 슬럼 지역에 살고 있으며, 다라비처럼 수십만 명 이상이 거주하는 초밀집 빈민가도 존재한다.


라고스는 아프리카 최대 도시 중 하나로, 2020년 기준 약 2,400만 명의 인구를 기록했다. 나이지리아 내 농촌 지역에서 유입되는 인구가 많아 도시화 속도가 매우 빠르지만, 도로, 전기, 수도, 학교 등 기반 시설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공식적인 주거지 이외의 비공식 정착촌 확대와 공공 서비스 부족이 도시에 고착된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도시의 양극화


한 나라 안에서도 과밀 도시와 쇠퇴 도시가 함께 존재한다. 한국에서는 수도권의 인구 집중이 심화되는 반면, 강원, 경북 내륙, 전북 동부, 전남 서남부 등 지방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도시 기능이 위축되고 있다.


프랑스 역시 파리나 리옹, 마르세유 같은 대도시권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지만, 생테티엔, 리모주, 루앙 등 중소도시는 쇠퇴 흐름 속에 있다. 미국에서는 뉴욕, 샌프란시스코, 오스틴 같은 도시가 인재와 기업을 끌어들이는 반면, 디트로이트, 세인트루이스, 클리블랜드 등 제조업 중심의 도시는 장기적인 인구 감소를 겪고 있다.


이 같은 도시 간 격차는 경제력뿐 아니라 교육, 건강, 삶의 질, 기후 적응력 등 다양한 사회 지표에 영향을 주며, 시간이 흐를수록 간극은 좁혀지기 어려워지고 있다.

 


줄어드는 도시든, 과밀한 도시든 결국 중요한 것은 그곳이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느냐다. 쇠퇴 도시에서는 소수 인구로도 지속 가능한 생활이 가능해야 하고, 과밀 도시에서는 단순한 확장을 넘어서는 질적 재설계가 필요하다.


일본은 인구 감소 지역을 대상으로 소규모 커뮤니티 돌봄, 빈집 리모델링, 공유 공간 확대 등의 '콤팩트 시티' 전략을 도입하고 있다. 2015년부터는 ‘지방창생’이라는 국가 정책을 통해 지역재생 매니저 파견, 지역부흥협력대 운영 등 인재 유치 프로그램도 함께 시행 중이다.


프랑스는 지방 도시에 국공립 문화시설과 공공임대주택을 분산 배치하는 방식으로 지역 불균형 완화를 시도하고 있다.

 

과밀 도시에서는 이동수단의 혁신, 디지털 기반 행정 서비스, 공공 주택 공급, 자연과 공존하는 도시 계획 등이 요구된다. 서울과 도쿄는 스마트시티 전략을 통해 에너지와 교통, 환경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실험 중이며, 아프리카 일부 도시는 태양광 기반의 분산 전력망을 통해 인프라 격차 해소를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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