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인도와 아프리카: '젊은 대륙'의 기회와 위기

엘노스 2025. 7. 9. 12:04

 

21세기 인구 문제의 중심축은 더 이상 선진국이 아니다. 세계 인구 증가의 대부분은 아시아 남부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발생하고 있다. 유럽이나 동아시아처럼 출산율 감소와 고령화를 겪는 지역과 달리, 이들 지역은 여전히 출산율이 높고 청년 인구 비중도 크다.


이는 경제성장 잠재력으로 평가되는 '인구 보너스'의 기회이지만, 동시에 청년 실업, 교육 격차, 도시 과밀, 정치 불안과 같은 구조적 위기를 동반한다. 단순한 인구 증가가 반드시 긍정적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들 지역은 세계 인구 문제의 새로운 시험대가 되고 있다.


인도: 인구 1위 국가의 무게


2023년, 인도는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국가가 되었다. 2025년 기준으로 인도 인구는 약 14억 6,390만 명에 이르며, 전 세계 인구의 약 17.8%를 차지하고 있다. 유엔과 퓨리서치센터 자료에 따르면 인도의 중위연령은 28.8세이며, 전체 인구의 약 40%가 25세 이하다.


이러한 인구 구조는 인도가 세계에서 가장 젊고 잠재력 있는 노동력을 보유한 국가 중 하나임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를 실제로 경제적 성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인도는 여전히 초등·중등교육의 질과 접근성, 고등교육 진학률, 여성 경제활동 참여율 등에서 글로벌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농촌 지역과 도시 지역 간의 교육 및 고용 격차도 뚜렷하다.


특히 대졸자 실업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기술 중심의 일부 대도시는 고용 창출에 성공하고 있지만, 중소도시와 농촌 지역은 여전히 저임금, 비공식 경제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현실과 청년층의 기대 사이의 괴리는 정치적 긴장과 사회 갈등의 잠재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프리카: 폭발적 인구 성장의 대륙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은 2025년 기준 평균 합계출산율이 4.28명으로, 전 세계 평균인 2.3명의 거의 두 배 수준이다. 나이지리아, 에티오피아, 콩고민주공화국, 탄자니아, 우간다 등 주요 국가들은 여전히 높은 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다. 유엔은 2050년까지 아프리카 인구가 세계 인구의 약 26%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나이지리아는 2023년 기준 약 2억 2,800만 명의 인구를 기록하며, 2050년경 미국을 제치고 세계 3위 인구 대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급격한 도시화와 청년 인구의 증가는 새로운 시장과 노동력 공급이라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이에 상응하는 교육·보건 인프라와 일자리 공급은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사하라 이남 지

역에서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여아는 약 3,400만 명에 달하며, 중등학교 진학률은 평균 36% 수준이다. 특히 여아의 중등 교육 완수율은 여전히 5% 내외로 매우 낮다. 유니세프는 이 지역의 산모 사망률을 10만 명당 454명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이보다 훨씬 높은 800명 이상으로 나타난다.


이 지역의 경제는 여전히 원자재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제조업 기반이 취약해 청년층의 고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정치 불안정, 쿠데타, 기후위기, 내전 등은 인구 보너스를 구조적 리스크로 전환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도시화와 이동: '기회'의 경계선


인도와 아프리카 모두 도시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매년 수백만 명이 농촌을 떠나 도시로 유입되며, 도시 인프라의 확장 속도보다 인구 유입 속도가 더 빠르게 나타난다. 그 결과, 위생·전력·주거 기반이 취약한 대규모 비공식 거주 지역, 이른바 슬럼이 확산되고 있다.


인도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도시 거주자의 1인당 월 소비 지출은 약 6,459루피, 농촌 거주자는 약 3,773루피로, 도시 소비가 약 1.7배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도시가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는 공식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도시 내 빈부 격차, 주거난, 교통 혼잡, 고용 부족 등은 ‘도시의 위기’로 자리잡고 있다.


또한 이 지역에서의 국제적 인구 이동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중동, 유럽, 아시아 등지로 향하는 이주자와 난민은 정치적 긴장과 문화적 갈등을 야기하는 요인이 되며, 동시에 새로운 노동력으로 주목받기도 한다. 인도계 이민자들은 미국, 캐나다, 영국 등에서 높은 교육 수준과 경제적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아프리카계 이민자들도 글로벌 노동시장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기술과 국제 협력의 가능성


이러한 도전 속에서도 기술과 국제 협력은 중요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전통적인 인프라 없이도 모바일 기술을 통해 금융, 교육, 보건 서비스 접근성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GSMA는 2025년까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모바일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며, 모바일 순가입자 수는 6억 3천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인도는 자국 디지털 신분 인증 시스템인 Aadhaar를 통해 수억 명에게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디지털 기반 공공 시스템 설계의 선도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농업 기술, 기후 기술, 원격 교육 플랫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럽연합,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 등 국제 기구 및 민간 단체의 협력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다만 이러한 기회들이 성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제도적 신뢰, 정치적 안정, 교육 확대, 지속적인 투자라는 조건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구 증가는 오히려 위기의 진원이 될 수 있다.


젊은 인구는 가능성일 뿐이며, 실제 기회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사회적 기반이 필요하다. 2025년 기준 아프리카의 중위연령은 약 19세로, 세계 평균보다 10세 이상 낮다. 이처럼 높은 청년 인구 비중은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지만, 교육, 고용, 인프라, 제도 개선이 결합되지 않는다면 인구 보너스는 곧 사회적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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