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해외 무기 수입에 의존하던 한국은 이제 자국산 미사일과 유도무기를 세계 각지에 수출하는 국가가 되었다. 그 중심에는 K-미사일로 대표되는 유도무기 체계와, 이를 떠받치는 한국형 방산 수출 전략이 있다.
천궁-II, 중동 방공망의 일환으로
대표적인 사례는 2022년 아랍에미리트(UAE)와 체결한 천궁-II 중거리 지대공미사일 수출 계약이다. 약 35억 달러 규모로, 한국 방산 역사상 단일 계약으로는 최대치였다. 천궁-II는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을 갖춘 다층방어체계로, 레이더-발사체-지휘통제소가 통합 운용되는 점에서 실전성이 높다. 이 계약은 단순 장비 판매를 넘어, 교육, 정비, 기술지원을 포함한 포괄적 방산 협력 패키지로 구성되었다.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도 천궁-II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사우디는 2024년 2월 약 32억 달러, 이라크는 같은 해 9월 약 28억 달러 규모였다. 이를 통해 천궁-II는 중동 지역 내 두 번째, 세 번째 도입 국가의 방공 체계에도 편입되었다. 미국 패트리어트에 비해 가격 대비 성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은 결과다.
천무, 유럽 시장에서의 확장
K239 천무는 230mm급 정밀 유도 다련장 로켓 시스템으로, 폴란드와의 대규모 계약을 통해 유럽 시장에 진입했다. 2022년 10월, 288문 공급을 포함한 약 53억 달러 규모의 계약이 체결됐고, 이후 2024년 4월에는 72문 추가 계약이 이어졌다. 폴란드는 미국 HIMARS와 천무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납기와 가격, 현지 조립 허용 조건에서 한국산을 선택했다.
2023년부터 순차 납품이 시작되어 2025년 현재 일부 전력은 ‘Homar-K’라는 명칭으로 우크라이나 인접 부대에 실전 배치되었다. 폴란드는 이후 현지 조립 생산체계를 통해 2029년까지 총 290문 이상 운용할 계획이다. 기술이전과 현지 산업 연계라는 한국 방산의 수출 전략이 본격 가동된 사례다.
다변화하는 유도무기 포트폴리오
대전차 미사일 ‘현궁’은 UAE, 사우디 등지에 소규모 수출된 바 있으며, 예멘 내전에서 실전 사용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공식 보고는 없다. 필리핀은 2024년부터 시험 운용을 검토 중이며, 본계약 여부는 향후 평가 결과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
FA-50 경공격기 역시 안정적인 수출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필리핀은 2014년 초도 물량(12대) 도입 이후, 2023년 12대 추가 계약을 체결했고, 2024년부터 인도가 시작되었다. 이는 2017년 마라위 전투에서의 운용 경험이 기반이 된 것으로 보인다.
방산 수출 실적, 구조적 성장의 신호
한국의 방산 수출은 2020년 30억 달러에서 2022년 173억 달러로 급증했고, 2023년에도 146억 달러를 기록했다. 2024년에는 총 96억 달러의 수출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감소한 수치지만, 2020년 대비로는 3배 이상 성장한 규모다. 주요 원인으로는 폴란드의 후속 대형 계약 연기, 중동 일부 지역의 불확실성, 그리고 전년도 기저효과가 지목된다.
정부는 2025년 200억 달러 수출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이를 위해 품목 다변화와 수출 방식의 유연화, 수주 연계 금융·기술 패키지를 강화하고 있다.
복합 과제들
방산 수출 확대는 몇 가지 구조적 과제와 맞물린다. 기술이전이나 현지 조립 조건은 수출 확대의 핵심 요인이면서도, 동시에 핵심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를 수반한다. 폴란드와의 Homar-K 현지 생산 협정은 그 이중성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분쟁 지역으로의 무기 수출은 국제 규범과 윤리 논쟁을 불러올 수 있다. 현궁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된 예멘이나,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지역에서의 한국산 장비 노출 사례는 그러한 복잡성을 잘 보여준다. 한국은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비확산체제(NPT) 등을 준수하고 있으나, 수출 이후 무기의 운용 방식에 대한 직접적 통제는 제한적이다.
4대 방산 수출국을 향한 목표
정부는 2027년까지 세계 방산 수출 점유율 5% 달성과 함께, 4대 수출국 진입을 목표로 설정했다. 2016~2020년 기준 한국의 점유율은 2.7%로 세계 9위 수준이었으며, 2011~2015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대형 플랫폼 외에도 소형 유도무기, 전자전 장비, 무인체계 등 품목 다변화가 병행되어야 하며, 중소·벤처기업 참여 확대도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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