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한미군 정책

엘노스 2025. 7. 16. 11:52

 
 

2019년 6월 30일 오후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출처 : 뉴시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주한미군의 미래를 둘러싼 정책 기조와 정치적 갈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핵심 외교 노선으로 삼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기와 마찬가지로 주한미군 재편 가능성을 시사하며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한국에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2기에는 구조적 재편과 군사적 역할 전환까지 포함된 전략적 구상이 병행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Defense Priorities 보고서

2025년 7월 9일 발표된 워싱턴 싱크탱크 Defense Priorities의 보고서("Aligning Global Military Posture with U.S. Interests")는 이러한 기조를 반영하는 문건이다. 이 보고서는 현재의 미군 해외 주둔체제를 "과도하게 확장된 낭비"로 규정하고,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에서 미군 병력을 대폭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보고서는 주한미군 병력을 현재 약 26,556명(2024년 12월 국방부 공식 데이터)에서 1만 명 수준으로 줄이고, "기지 보안과 무관한 모든 지상 전투부대, 육군 통신·정보·사령부 부대 및 관련 지원부대"를 철수시키며, "한국 내 미군 기지의 전투기 편대 2개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또한 "순환 여단전투팀을 포함한 2사단 대부분을 한반도에서 철수"시키자고 제안한다.

보고서의 핵심 논리는 세 가지다. 첫째, 한국군의 전통전력은 이미 북한을 압도하고 있으며, 자체 방어 능력이 충분하다는 평가. 둘째, 중국과의 대결 구도에서 주한미군이 오히려 전략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 셋째, 미국이 자국의 경제적 안보와 군사 효율성 중심으로 국방정책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현실주의 입장이다.

Defense Priorities는 2016년 설립된 자유주의-현실주의 성향의 싱크탱크로, "끝없는 전쟁" 반대와 동맹국 부담 증가를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에드워드 킹과 윌리엄 루거가 설립했으며, 찰스 코크와 데이비드 코크가 초기 자금을 지원했다.

2026 NDAA에서 감축 제한 조항 부활

그러나 이러한 제안이 실제 정책으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2025년 미국의 국방수권법(NDAA)에서는 주한미군 병력 감축에 대한 제약 조항이 삭제되었지만, 상원 군사위원회가 2025년 7월 9일 2026 NDAA에서 다시 제한 조항을 26대 1로 통과시켰다. 

해당 조항은 "국방장관이 국익에 부합한다고 의회에 증명하기 전까지 한반도 군사 태세 감축을 금지"한다는 내용으로, 트럼프 1기 시절의 감축 논의 경험을 바탕으로 초당적으로 마련된 안전장치다. 로저 위커 위원장(공화당)과 잭 리드 간사(민주당) 모두 이를 지지했다.

특히 상원 군사위원회와 정보위원회 내에서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역할을 단지 한반도 방어에만 한정하지 않고, 인도·태평양 전반에서의 군사적 억지 기반으로 간주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2025년 3월 툴시 가바드 국가정보국장은 상원 정보위원회에서 북한이 "핵무기 포기 의사가 없다"며 지속적인 위협을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실제 입장은 복잡하다. 국방부는 병력 감축 보도에 대해 "사실 아님"이라고 공식 부인했지만,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내부적으로는 4,500명을 괌 등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2025년 5월 싱가포르 샹그릴라 대화에서 "중국 억제 쪽으로 재편"한다고 언급하며 전략적 유연성을 시사했다. 이는 병력 규모보다는 배치와 역할의 변화에 중점을 둔 접근으로 해석된다.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서는 트럼프의 요구가 명확하다. 현재 한미 간 합의된 2025년 분담금은 1.4조원(10.4억 달러)이고 2026년에는 8.3% 인상된 1.52조원이지만, 트럼프는 캠페인 중 "연간 100억 달러" 지불을 요구한 바 있다. 이는 1기 때 요구했던 연 47억 달러(기존 대비 400% 인상)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전략적 재편의 현실적 접근

주목할 지점은 전략적 유연성이다. 미군은 아태지역 전반에서 기동성과 억지력을 갖춘 전력으로 재편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병력 규모를 줄이더라도, 핵심 항공·해군 전력은 유지하거나 오히려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중국과의 긴장 상황에서 미군의 생존성과 대응력을 확보하려는 현실적인 접근이다.

Defense Priorities 보고서 역시 완전한 철수가 아닌 "제2도서선에서 장거리 정밀타격 무기를 활용한 방어적 태세"를 지지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전면적 철수보다는 역할과 규모의 조정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제2도서선은 일본에서 괌을 거쳐 파푸아뉴기니까지 이어지는 미국의 대중국 해상 봉쇄 전략상 두 번째 방어선을 의미한다.

한국의 대응 전략

26,556명이라는 병력 규모 자체보다는 어떤 전력을 어떻게 배치하느냐가 더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두 가지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 첫째, 병력 감축이 현실화될 경우를 대비한 자주국방 역량 강화. 둘째, 전력 구조 변화에 따른 한미 역할 분담의 재조정이다. 북한의 핵 위협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지상군 중심에서 첨단 무기체계와 억지 전력 중심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변화하는 동맹의 미래

Defense Priorities의 급진적 제안이 정책으로 채택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이런 논의 자체가 미국 내 여론과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상원의 제동장치와 국방부의 신중한 접근이 당분간 급격한 변화를 막을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은 안보 체계의 자율성과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에 대비한 다층적 전략 수립이 불가피하다.

병력 감축이 현실화되든 그렇지 않든, 한미 동맹은 이미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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