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는 오랫동안 중국의 외교 전략 중 가장 적극적인 기획이었다. 2013년 설립 이후 누적 일대일로 참여 규모는 1조 1,750억 달러에 도달했으며, 약 7,040억 달러는 건설 계약, 4,700억 달러는 비금융 투자로 구성되었다. 하지만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 거대한 전략은 점차 속도 조절과 재조정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그 핵심에는 중국 내부의 경제 압력과 정치적 현실이 있다.
'무한 확장'은 가능한가
2025년 현재, 146-150개 국가가 일대일로에 참여하고 있으며(정확한 수치는 일부 양해각서 검증 문제로 기관마다 차이가 있음), 2024년에는 처음으로 일대일로 파트너 국가들이 중국 전체 무역량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이는 2019년 25%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2024년은 총 1,217억 달러의 참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2019년 이후 중국 국가 주도의 일대일로 대출 규모가 감소하고 있으며, 현재는 "고품질 투자"에 중점을 두고 있다.
중국 내 국유은행과 투자기관들은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부실 위험을 점차 인식하고 있다. 중국개발은행(CDB)이나 수출입은행(Exim Bank)은 고위험 지역에 대한 신규 대출을 줄이는 중이고, 국유 건설사들은 수익성 없는 사업에 대한 관여를 꺼리기 시작했다. AidData의 분석에 따르면, 일대일로 인프라 프로젝트 중 상당수가 노동법 위반, 부패, 환경 위험, 대중 시위 등 구조적 문제에 직면했으나, 최근 학계에서는 의도적인 '채무함정 외교' 주장이 대부분 반박되고 있다.
"2022년 동남아시아 캄보디아 트봉크뭄주에 설립한 중국·캄보디아 우호병원은 현지 의료 여건을 개선해 주민 의료 비용을 효율적으로 낮췄다. 중앙아시아 타지키스탄 수도 두샨베 소재 밀가루 가공공장은 중국 공정설계와 기계 장비 지원으로 개조해 생산력이 크게 증가했다. 아프리카 보츠나와 마할라피에 마을에 있는 수처리 설비는 중국 기업 지원으로 개조돼 단수 현상이 사라졌고 수질도 보츠나와 생활용수 공급 기준보다 훨씬 높다."
“중국 인터넷 기업 알리바바는 멕시코에서 ‘디지털 마을 사업'을 추진했다. 중국 농촌 전자상거래 모델이 지난 3년간 멕시코에 뿌리를 내리면서 약 1500개 멕시코 영세기업이 전자상거래 상인으로 변신했다. 중국 전자상거래 발전 경험은 멕시코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인재와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의 주요 관영 매체들 역시 일대일로 사업이 ‘작지만 아름다운(小而美)’ 고품질 건설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적극적으로 부각시켰다.
팬데믹 이후의 전략 변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은 중국 외교 전략에도 중대한 영향을 끼쳤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항공화물과 해상운송이 혼잡해지고 항구 접근이 어려워지면서 일대일로 관련 철도 이용이 급증했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중국 정부는 일대일로의 확장보다는'안정'과 '질적 전환'에 방점을 두기 시작한다.
2021년에는 '글로벌 개발 이니셔티브(GDI)'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했다.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이 중국 경제에 타격을 주고 연결성에 새로운 장애물을 조성하면서, 시진핑은 "작지만 아름다운" 일대일로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는 일대일로와 달리 교육, 보건, 기후, 디지털 등 비(非)물리적 분야로의 협력을 강조하며, 기존의 '콘크리트 외교'에서 '소프트 외교'로의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정책 피로감과 국내 반응
중국 내부에서는 일대일로에 대한 '정책 피로감'도 분명히 존재한다. 중국은 심각한 부동산 위기, 막대한 지방정부 부채, 16.5%의 청년 실업률(2025년 3월 기준, 16-24세 재학생 제외) 등의 불균형과 씨름하고 있어 과거보다 훨씬 취약한 상황이다. 청년 실업률은 2023년 6월 21.3%로 정점을 찍은 후 중국이 6개월간 발표를 중단했을 정도로 민감한 문제가 되었다.
IMF는 중국의 지방정부 융자 플랫폼 부채를 60조 위안(GDP의 48%)으로 추정하며, 정부 전체 부채를 GDP의 117%로 평가한다. 이는 중국 공식 수치 69%와 큰 차이를 보인다. 중국은 2024년 11월 5년간 10조 위안 규모의 부채 구조조정 패키지를 발표했지만, 근본적 해결책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베이징은 2022년 이후 수천 명을 해고하며 5%의 인력 감축을 발표했고, 헤난성은 올해 초 5,600개의 일자리를 줄였으며, 산둥성은 2022년 이후 거의 1만 개의 직책을 삭감했다. 특히 경제성장률 둔화와 청년 실업 증가, 지방정부 부채 문제 등이 겹치면서 국내 우선주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고품질 일대일로'라는 새로운 수사
2023년 10월 17-18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3차 일대일로 국제협력포럼에서 시진핑 주석은 총 1,066억 달러 규모의 8가지 주요 조치를 발표했다. 이번 포럼에는 23개국 정상이 참석했으나, 이는 2019년 37개국보다 크게 감소한 수치로 국제적 관심도 하락을 보여준다. 주목할 점은 이번 포럼에서 공동성명이 채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래 인프라와 화석연료에 주로 초점을 맞춰 비판적인 관심을 끌었던 것 대신, 시진핑은 일대일로가 디지털 연결성, 신기술, 신에너지를 우선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실제로 2024년 중국의 녹색 에너지 관련 투자는 118억 달러로 2023년 대비 60% 증가했다. 하지만 동시에 석유·가스 참여도 243억 달러로 급증해 환경 공약의 일관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고품질'이 의미하는 바는 다양하다:
첫째, 작고 실행 가능한 프로젝트 중심으로 전환된다. 중국은 대형 사업과 "작지만 스마트한" 민생 프로그램을 모두 추진할 것이며, 1,000개의 소규모 민생 지원 프로젝트를 실시할 예정이다.
둘째, 투명성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을 일부 수용하기 시작했다. 2018년 말 중국이 발표한 일대일로 녹색 투자 원칙(GIP)에 39개의 대형 국제 금융기관이 참여했으며, 134개 파트너가 포함된 일대일로 국제 녹색 개발 연합이 설립되었다.
셋째, 환경 영향 평가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신호등 체계'라 불리는 환경 위험 분류(빨강-노랑-녹색)가 시행되고 있으나, 많은 지침이 자발적 성격을 띠어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
중심축은 여전히 유지되나
2024년 중국의 일대일로 파트너 국가들과의 무역량은 처음으로 중국 전체 무역량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2024년은 일대일로 참여 역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으며, 1,217억 달러의 총 참여(건설 계약과 투자 포함)가 이루어졌다. 이는 2023년 924억 달러에서 18%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주목할 만한 변화도 있다. 유일한 G7 회원국이었던 이탈리아가 2023년 탈퇴했고, 파나마는 2025년 2월 미국의 압력으로 불참 의사를 밝혔다. 반면 현재 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중동 지역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초점이 되고 있으며,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일대일로 협력은 사우디의 석유 의존도 감소라는 국가적 우선순위와 일치하는 재생에너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실제로 최근의 전략은 디지털 실크로드, 녹색 실크로드, 건강 실크로드, 극지 실크로드와 같이 세부화된 브랜드로 분화되고 있다. 특히 2025년에는 기술과 디지털 경제에 중점을 둔 "작지만 스마트한" 프로젝트가 강조되고 있다. 이는 과거의 일괄적 확장에서 벗어나, 지역 맞춤형 외교 모델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안으로 수축하는 제국의 그림자
일대일로는 이제 더 이상 무한 확장의 서사가 아니다. 중국의 2024년 실제 성장률을 로듐 그룹은 2.4-2.8%로 추정하고 있어 공식 수치 5%와 큰 차이를 보인다. 중국이 심각한 부동산 위기, 막대한 지방정부 부채, 높은 청년 실업률 등의 구조적 문제에 직면한 상황에서, 2025년에도 5% 내외의 경제성장 목표를 유지하려 하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해 지방정부와 국유기업의 부채 확대, 그리고 대규모 재정 지출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예상되는 미국의 대중 관세 인상은 이러한 압박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2025년에도 중국의 일대일로 참여는 2024년과 유사한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중국 국내 기업들이 다른 국가에서 기회를 찾기 위해 해외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에 일부 기인한다. 대신 중국은 보다 현실적인 외교, 보다 정밀한 투자 전략, 그리고 보다 조정된 국제 관계 속에서 일대일로를 유지하려 한다.
그 변화는 전략의 후퇴라기보다는, 무게중심의 이동에 가깝다. 중심축은 유지되지만, 그 방식은 달라지고 있다. 외연의 크기보다, 내부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더 중요한 시기에 들어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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