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스완>은 푸코의 ‘규율 권력’이 어떻게 몸과 정신을 지배하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사례이면서도,
동시에 예술가의 자기파괴적 욕망을 함께 담아낸다.
주인공 니나는 완벽한 백조가 되기 위해 자신을 훈련시키고 절제한다.
그녀는 누구보다 ‘정상적’이기를 원하며, 자기 감시를 통해 자신을 다듬는다.
이건 푸코가 말한 규율 권력의 내면화가 이루어지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니나가 자신의 백조 같은 순수함이 관능적이고 자유분방한 블랙스완이라는 규범에서
벗어난 '비정상'이라고 여기면서 극복하기 위해 애쓰는 것은 푸코의 정상화 과정과 정확히 일치한다.
하지만 니나는 단순히 시스템에 억눌리는 피해자만은 아니다.
그녀는 완벽에 도달하고 싶은, 순수하고도 파괴적인 욕망을 간직한 예술가이기도 하다.
니나는 완성이라는 이름의 절벽 끝까지 자신을 밀어붙인다.
마지막 무대에서 그녀는 완벽한 ‘블랙 스완’이 된다.
그리고 속삭인다. “I was perfect.”
니나는 결국 해냈지만, 자신은 사라졌다.
완벽은 자아의 파괴 위에서만 가능했다.
이 영화는 ‘예술’과 ‘규율’이 충돌할 때 아름다움과 파멸이 어떻게 동시에 탄생하는지를 보여주는 현대 비극이다.
니나의 무대는 단지 발레 공연이 아니라, 우리 각자가 매일 서는 인생의 무대이기도 하다.
그리고 거기서 우리는 묻는다:
“당신이 바라는 완벽은, 정말 당신 자신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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