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나가 10초 동안 어두워진다. 그리고 팟! 네온 핑크 큐브가 거대한 LED 스크린을 밝히고 거의 2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일어나 핑크색 하트 모양의 야광봉을 움켜쥐고 소리를 지른다. 1분 남짓 지났지만 마치 15분이 지난 것처럼 느껴진다. 빛을 발하는 루빅 큐브 같은 블록들이 스스로 퍼즐을 맞춰 'Blackpink in your area' 철자를 쓴다. 내 옆에 있던 한국인 10대가 울기 시작하더니 왼편에 있는 푸에르트리코 여성을 껴안는다. 나는 앞서 그들이 온라인에서 만났고 그 여성이 산후안에서(*푸에르트리코의 수도) 비행기를 타고 특히 여기에, 그녀의 그룹을 보기 위해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뒤의 다른 여성은 블랙핑크의 키가 크고 화려한 래퍼인 리사가 자신의 최애라고 말한다. 마침내 케이팝 4인조가 무대 바닥 속 승강기로부터 모습을 드러내면서 마치 4명의 테일러 스위프트가 동시에 나타난 것 같은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리사 외에도 동료 래퍼 김제니와 가수인 로제, 지수가 있다. 한 무리의 소녀들이 팝 스타와 좀 더 가까워지기 위해 우르르 계단으로 몰려들면서 손쉽게 넋 잃은 혹은 당황한 안내원들을 지나친다.
만약 비틀즈가 인스타그램이 있었고 2019년에 뉴어크 뉴저지 프루덴셜 센터에 상륙했다면, “비틀즈가 미국에 도착한” 순간이다. 이 관련성이 즉시 와닿지 않는다면, 로제가 앞으로 나와서 “When I find myself in times of trouble..”을 노래하는 다섯 곡쯤 되면 명백해진다. 매진된 관중 속에 눈물을 글썽이는 모든 얼굴들은 블랙핑크가 지구상에서 가장 큰 걸그룹이라는 걸 알고 있다.
"로제, 제니, 지수, 리사가 미국에서 새로운 걸그룹의 기준을 세울 겁니다. 데스티니 차일드 이후로 그들 같은 사람은 없었잖아요." - 베카 붐
명백한 비틀즈 열기와의 비교 외에도 블랙핑크의 명명백백히 힘을 실어주는 메시지는 그룹을 과거 위대한 걸그룹의 계보 내에 자리매김하게 한다. 스파이스 걸스가 많이 언급된다. “대중문화와 음악에 대한 기여가 매우 강렬하고 엄청났던 그룹과 비교되는 것은 영광"이라고 로제는 말한다. "하지만 '이렇게 저렇게 되자'는 것은 결코 아니었어요."라며 로스엔젤레스에 근거지를 둔 작곡가 겸 블랙핑크의 빈번한 공동작업자인 베카 붐이 동의한다. "로제, 제니, 지수, 리사가 미국에서 새로운 걸그룹의 기준을 세울 겁니다. 데스티니 차일드 이후로 그들 같은 사람은 없었잖아요. 블랙핑크가 그 공백을 메울 거예요."
7월 중순 그룹과의 줌 콜에서 로제는 2018년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진행된 블랙핑크의 첫 월드투어에서 해외 팬들과 직접 대면한 것에 대해, "우리가 화면에서 보거나 인스타그램에서 피드백을 받는 것과 달리 실감 나고 진실한 느낌이었어요. 말 그대로 바로 우리 눈앞에 있었죠."라고 말했다. 제니가 불쑥 끼어들어 "우린 에너지를 느꼈고, 그건 최고의 느낌이었어요."라고 덧붙인다.
이런 시기에 누구와도 콘서트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씁쓸하지만, 블랙핑크에게는 더한 아픔이 있다. 팬들(일명 블링크)은 아직 모르지만, 2주 후에 그룹의 매니지먼트(YG 엔터테인먼트)와 미국 레이블(인터스코프 레코드)은 그룹의 데뷔 정규 앨범 <THE ALBUM>의 발매일이 10월 2일이라고 발표할 것이다. (이번 발매가 얼마나 큰 기대를 받고 있는지 모를 경우, 팬들이 영어와 한국어로 'Blinks Demand for Blackpink'를 요란하게 울려대는 비디오 광고판 트럭을 임대해 YG 서울 본사에 들린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 씁쓸한 부분: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이 그룹이 다시 투어를 하는 것이 안전해지려면 몇 달이 걸릴 수 있다.
밴드가 정규 앨범을 발매하는 데 시간이 걸렸을지 모르지만, 그게 그룹이 급부상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2016년 서울에서 데뷔한 후 그들의 이름으로 불과 15곡만 가지고 있음에도 (제니의 'SOLO' 포함) 스포티파이에서 수십억 스트림을 축적했다. 물론, 모든 곡은 즉시 히트를 쳤다. 'How You Like That' 뮤직비디오는 지난 6월에 24시간 동안 8,630만 뷰를 기록하며 기네스 세계기록 3개를 갈아치웠다. 유튜브에서 블랙핑크는 이 기사 작성일 기준으로, 4천4백3십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해 장르와 성별을 통틀어 구독자가 가장 많은 그룹이며, 아리아나 그란데와 초대형 케이팝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을 능가한다.
블랙핑크는 아레나 매진 외에도 레이디 가가('Sour Candy'), 두아 리파('Kiss and Make Up'), 셀레나 고메즈('Ice Cream') 같은 슈퍼스타들과 협업하고 셀린느, 샤넬, 디올, 생로랑 등의 브랜드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작년에 케이팝 그룹 최초로 코첼라 무대를 장식했다. 거기에서 밴드는 제이든 스미스와 텐트를 함께 썼고 제니는 "윌 스미스가 무대 뒤에 있었어요"라고 말한다. "그가 '여러분은 정말 굉장해요'라고 말했고 그건 제겐 명백한 덕통사고의 순간이었어요. 윌 스미스가 우릴 알아. 와우" 이 그룹의 코첼라 공연은 10월 14일에 공개하는 캐롤라인 서 감독의 새로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Light Up the Sky)>의 극적인 피날레 역할을 한다.
블랙핑크는 확실히 아직 누구나 아는 이름으로 인식되지 않는 글로벌 팝 현상이라는, 하나의 모순이자 현재 속 미래이다. 이 그룹은 디지털 세계와 비영어권 싱글 곡들을 받아들이는 데 덜 주저하게 된 미국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로잘리아나 버나 보이 같은 아티스트들에게 혜택을 준 것과 같은 변화다. 이는 부분적으로 케이팝 팬들이 통상 고도로 조직된 디지털 토박이들이기 때문이다. 작년 여름에 그들이 틱톡 10대들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털사 집회 티켓을 등록했다고 주장하며 어떻게 동원되었는지 떠올리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블랙핑크의 팬들도 마찬가지로 열성적이다. 블링크는 몇 초 만에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그룹이 전 세계 트렌드가 되도록 만들거나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부츠를 신고 춤추는 리사의 모습을 '섹시한 다리' 밈으로 바꿀 수도 있다. 지수는 "우린 팬들에게 감동받았어요"라고 말한다. "우린 팬들의 슬픔과 행복을 느낍니다. 우리는 깊게 이어져 있어요." 우리의 모든 사회적 상호작용이 스크린을 통해 일어날 때 급작스럽게 유명해지도록 준비된 팝 그룹이 있다면, 그건 블랙핑크다.
제니, 로제, 리사, 지수가 뉴욕에서 걸려오는 줌 콜을 받았을 때 서울 시간으로는 새벽 4시 반이다. 그들은 직선거리로 약 7천 마일 떨어져 있고, 노트북의 카메라가 그들의 졸린 눈과 흠잡을 데 없는 얼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그룹의 관리팀 간부들과 통역사가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머물러 있다. 제니는 천장 쪽을 향해 고개를 갸웃하며 콘택트렌즈를 빼려고 한다. 그녀는 사과했다. 하지만 그건 전적으로 용서받을 수 있는 실례다. 어쨌든 이 잡지의 커버 화보 촬영을 마무리한 후 그룹은 첫 휴식을 취하는 셈이다. 제니는 "요즘은 일에 관한 한 경계가 없어요."라고 설명한다. "쉬는 날에도 기본적으로 스튜디오에 녹음하러 와 있어요." 로제는 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핑크빛이 감도는 연보라색 머리카락 한 가닥을 귀 뒤로 넘기며 웃고는, "인생은 일이고, 일이 삶이죠!"라고 덧붙인다.
케이팝 스타의 24/7(*연중무휴) 라이프스타일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벅차게 보이겠지만, 23세에서 25세 사이인 블랙핑크 멤버들에게는 그저 평범한 월요일, 아니 화요일일 뿐이다. 엄밀히 말하면 둘 다지만. 그들은 10시간 전에 일하기 시작했고, 또 다른 한국인 아티스트 싸이의 2012년 히트곡 ‘강남스타일’로 불후의 명성을 얻은 동네인 서울 강남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화려하게 치장했다. 강남스타일은 한국 아이돌 음악 또는 밝은 멜로디와 나무랄 데 없는 안무로 가득 찬 현대판 모타운, 즉 케이팝이 미국 주류 의식으로 진입하는 순간을 의미했다. 비슷한 시기에 한강 더 위쪽에서 블랙핑크가 만들어진 지 1년이 되었고, 공식 데뷔까지 4년이 남았다.
대부분의 케이팝 아이돌 그룹과 마찬가지로 블랙핑크는 팝스타 훈련소에서 복잡한 과정을 거쳐 결성되었다. 각 멤버들은 YG 오디션을 통과하고 기숙사에 입주해 4~6년간 교육을 받으며 같은 야망을 가진 다른 소녀들을 제치고 흡 잡을 데 없는 외모와 기술, 카리스마를 똑같이 중시하는 새로운 그룹에 뽑혔다. 제니는 "우린 모두 처음부터 함께 살았어요."라고 말한다. "교육시간이 끝나면 같이 기숙사에 가서 음식을 시켜 먹기도 하고 선생님들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일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얘기하기도 하고, 학교 애들이 친구가 되는 것처럼 우리는 그냥 잘 지냈어요. 그건 너무 쉬웠고 우린 정말 노력할 필요가 없었어요."
고국인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뉴질랜드에서 공부한 제니는 블랙핑크의 원조 멤버였다. 그녀는 "제가 팀에 처음 들어왔고 모두가 들어오는 걸 지켜보게 되었죠."라고 회상했다. 다음은 태국에서 온 리사였다-YG의 첫 한국인이 아닌 아이돌. "그녀는 그냥 완벽한 신체를 가진 어리고 키가 큰 소녀였는데... 마치 로봇처럼 춤을 추기 시작했어요. 리사는 모든 걸 몇 초 만에 외웠습니다."라고 제니는 말한다. "엄마는 내가 어렸을 때 늘 마이크를 잡고(잡은 척 하고) 춤추고 노래를 불렀다고 해요" 리사가 덧붙인다. 그룹의 최고령 멤버인 K-드라마 배우 지수가 그 뒤를 이었다. "그녀는 모든 걸 배우고 모든 이들을 따라잡기를 열망하며 들어왔고, 그건 제게도 정말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라고 제니가 말한다. "로제는 우리에게 음악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로제는 호주에서 자랐고 기타를 든 그룹의 인디 걸이다. 로제는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에 제니 언니가 문화적 차이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라고 말한다. "전 생전 춤을 춰본 적이 없었어요."


베카 붐은 처음부터 그룹과 함께 작업을 해오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 프로듀서 테디 박과 더불어 그녀는 그룹의 데뷔 싱글인 '붐바야'와 '뚜두뚜두' 같은 트랙에 이름이 올라 있다. 전자의 경우, 붐은 가사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박으로부터 트랙과 곡 제목을 받은 기억을 회상한다. 그녀는 제목이 ‘쿰바야(*흑인 영가)에 대한 말장난이라고 지레짐작했다. 그래서 손을 맞잡는 대신 'Fu-- You!' 이런 식이었다고 그녀가 웃으며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붐바이예이로 발음하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우연히 단어를 만들어 낸 겁니다." 다문화 청중을 위해 곡을 쓰는 것이 항상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붐은 그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보람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블랙핑크에 대해 제일 좋아하는 점은 그들이 여성들 사이의 이러한 단결을 대변하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우리 모두는 다를 수 있지만 여전히 잘 지내며 강력한 무언가를 식탁에 가져다 줄 수 있는지를."라고 그녀가 말한다. “그들의 음악은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에게 말을 건넵니다. 그 일에 동참하게 되어 감사할 따름이에요."
블랙핑크가 대화에서는 대체로 비정치적이지만 로제는 그룹의 글로벌 다양성을 재빨리 찬양하고 있는데, 이는 소수의 케이팝 그룹들이 내세울 수 있는 것이다. "음악이 항상 영국이나 미국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에요. 세계적이고, 아시아적이고,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무작위적인 장소에서 유래합니다. 우리 모두가 세계의 다른 지역들에서 왔다는 게 무척 자랑스러워요."
* 기사가 넘 무지 엄청 길어서 이하는 번역 생략합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은 내용입니다.
패션과 음악은 분리될 수 없고 패션은 음악만큼이나 우리에게 힘을 준다, 우리가 'Blackpink in your area'라고 말할 때는 말 그대로 "우리가 좋은 음악과 좋은 에너지를 가지고 여러분을 위해 여기에 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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