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경쟁에서 미국은 기술 선도국일 뿐 아니라, 플랫폼 지배력과 데이터 기반 인프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기술적 우위만으로 패권을 유지할 수는 없다. 미국이 선택한 방식은 ‘민간과 안보의 전략적 결합’이다. 다시 말해, 빅테크 기업을 국가 전략의 일부로 통합하고, AI를 안보와 산업의 핵심 기술로 관리하는 구조다.
빅테크의 민관 이중역할
AI 기술에서 가장 앞선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민간이다. OpenAI, 구글 딥마인드,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등 미국의 대표적 빅테크 기업들은 고성능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과 AI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 대규모 GPU 클러스터, 알고리즘 최적화 기술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으며, 자체 생태계 내에서 학습→응용→상용화를 모두 처리할 수 있는 통합적 구조를 갖추고 있다.
특이한 점은, 이들 기업이 동시에 정부의 안보 파트너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2022년 1월 출범해 2월에 초기 기능(IOC)을 확보하고, 6월 1일 완전 운영(FOC)에 들어간 미국 국방부 산하 ‘CDAO(Chief Digital and Artificial Intelligence Office)’ 주도 사업이다. 여기에는 팔란티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이 참여해 AI 기반 작전 시스템, 정보 분석, 사이버 위협 탐지 등 국방 AI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즉, 미국은 AI 주도권을 민간이 갖고 있는 대신, 그것을 전략적으로 국가 안보 체계와 연결시킴으로써 기술 통제를 실현하고 있다.
ChatGPT의 전환점
2022년 말, OpenAI가 ChatGPT를 출시하자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이 기술을 ‘국가 경쟁력의 상징’으로 받아들였다. 백악관은 2022년 10월에 ‘AI 권리장전 청사진(Blueprint for an AI Bill of Rights)’을 발표했고, 2023년 7월에는 주요 AI 기업 CEO들을 초청해 ‘안전한 개발 가이드라인’ 서약을 이끌어냈다.
이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AI 모델의 위험 관리와 사용 통제다. 즉, 기술은 민간이 개발하지만, 그 안전성과 사용처는 정부가 감독한다는 체계를 만든 것이다. 이후 OpenAI, 구글, 메타, 아마존 등은 백악관의 요청에 따라 AI 보안 테스트를 위한 레드팀 운영, 훈련 데이터 투명성 확대, 모델 안전 기능 강화 등의 조치를 도입했다.
이는 유럽의 규제 접근과는 다른 방향이다. 미국은 ‘사후 통제’와 ‘민관 연계’를 통해 유연성을 확보하면서도, AI 기술이 ‘적국’이나 범용 무기로 전환되는 것을 사전에 막는 전략을 선택했다.
방위산업으로서의 AI
미국 국방부는 AI를 전쟁 수행 수단이 아니라 ‘작전 주도권의 전제 조건’으로 본다. 2015년 8월 설립된 국방혁신단체 DIU(Defense Innovation Unit)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및 빅테크와 긴밀히 협력해 AI 기반의 드론, 감시 위성, 자율 무기 체계를 개발 중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Project Maven이다. 이 사업은 영상 인식 AI를 통해 드론이 실시간으로 사람, 차량, 건물 등을 식별하고 표적화하는 기능을 부여한다. 2018년 구글이 약 4,000명의 직원 탄원과 12명의 사직 사태 속에 프로젝트에서 철수한 이후에도, 팔란티어와 마이크로소프트를 포함한 여러 기업이 뒤를 이어 해당 기능을 국방부에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AI 기술이 단지 일상생활의 편의성을 넘어, 전장 정보 해석과 결정적 대응의 핵심 기술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왜 ‘공존’인가
미국 내에서는 빅테크의 영향력을 경계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독점 구조, 알고리즘 투명성 문제, 사용자 데이터 수집과 관련한 윤리 논란 등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미국 정부는 빅테크와 적대하기보다 통제 가능한 파트너로 만드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OpenAI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며 AI 생태계를 선점했지만, 동시에 미 국방부의 클라우드 사업(JEDI, JWCC)도 수주했다. 구글과 아마존은 NSA, CIA, FBI와의 데이터 계약을 통해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기업이면서 동시에 정보기관의 외부 두뇌이기도 하다.
이런 구조는 정부와 시장, 자유와 통제, 민간과 군사 사이의 절묘한 균형을 형성한다. AI라는 기술이 너무 위험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완전히 정부가 주도하기도 어렵고, 민간에만 맡기기도 어려운 것이다.
전략적 함의와 글로벌 영향
CDAO가 주도하는 ‘GIDE(Global Information Dominance Experiment)’ 프로그램은 16개국 동맹국과 함께 데이터 공유와 AI 전환의 모범 사례를 논의하며, 미국의 AI 전략이 단순히 국내를 넘어 동맹 체계 강화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CDAO와 DIU가 공동으로 출범시킨 ‘AI 신속역량셀(AI Rapid Capabilities Cell)’은 2024년 12월 출범해, 민간 혁신과 국방 요구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며 차세대 AI 역량의 국방부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
결국 미국의 AI 전략은 기술 우위가 아닌 ‘통제 구조의 우위’다. 누가 가장 빠르게 개발했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잘 관리하고 활용하느냐의 문제다. 이 점에서 미국은 ‘개방된 시장’과 ‘전략적 통제’를 공존시키는 이중 구조를 만들어냈고, 이는 다른 국가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독특한 형태의 기술 패권 전략이 되었다.
특히 민간 기업의 혁신 동력을 유지하면서도 국가 안보 목표와 연결시키는 이러한 접근법은, 중국의 국가 주도형 AI 개발이나 유럽의 규제 중심 접근법과 구별되는 미국만의 차별화된 전략적 자산으로 평가된다.

동아일보 자료
'시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EU의 AI 법안과 인공지능 규제 (5) | 2025.08.11 |
|---|---|
| 중국의 반격: 국가 주도 AI (9) | 2025.08.10 |
| AI 패권의 탄생 (9) | 2025.08.04 |
| 기후 변화와 북극 항로 (6) | 2025.07.30 |
| 한국 해군 vs 일본 해상자위대 (1) | 2025.07.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