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발레 테크닉 4: 롱 드 잠

레스프리 2025. 8. 17. 07:52


플리에, 탕뒤, 데가제가 발레의 수직과 수평의 기본 감각을 익히게 한다면, 롱 드 잠(Rond de jambe)은 원을 그리며 다리를 회전시키는 동작으로 고관절의 유연성과 하체의 회전력을 길러주는 훈련이다. 프랑스어로 ‘다리로 원을 그린다’는 뜻을 가지며, 바(barre) 수업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기본기다.

참고로 Jambe의 프랑스어 발음은 '잠'에 가깝다.
J는 '즈'와 '쥐'의 중간 소리인 유성 경구개 마찰음(ʒ)으로 발음된다.
MBE는 마지막에 '브' 소리가 거의 나지 않으며, '앙'에 가까운 비음(ɑ̃)이다.
그래서 '잠브'나 '장브'보다는 '잠'이라고 발음하는 것이 원음에 더 가깝다.


롱 드 잠에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다.

1. 롱 드 잠 아 테르(Rond de jambe à terre)
‘땅 위에서의 롱 드 잠’이라는 뜻으로, 발끝이 바닥을 스치듯 원을 그린다.

동작: 탕뒤 드방(devant, 앞)에서 시작해, 반원을 그리며 아 라 스공드(à la seconde, 옆)를 지나 데리에르(derrière, 뒤)로 보낸다. 다시 드방으로 돌아오며 원을 완성한다.

발끝은 바닥에 밀착시키되, 발꿈치–발바닥–발가락 순으로 움직이는 원리를 지켜야 한다.

허리는 정면을 유지하며, 골반이 회전하지 않도록 한다.


2. 롱 드 잠 앙 레르(Rond de jambe en l’air)
‘공중에서의 롱 드 잠’으로, 무릎을 굽혀 공중에 든 다리로 작은 원을 그린다.

동작: 무릎을 약 90도 들어 올린 파세(passé) 위치에서, 종아리와 발끝으로 원을 그린다.

원은 무릎이 아니라 발끝에서 시작해야 하며, 고관절을 중심으로 회전이 이루어진다.

원의 크기는 작고 정확해야 한다. 과도하게 크게 그리면 중심이 흐트러진다.


롱 드 잠은 두 가지 방향으로 수행된다.

앙 드오르(en dehors): 드방 → 아 라 스공드 → 데리에르로 원을 그리는 바깥쪽 방향

앙 드당(en dedans): 데리에르 → 아 라 스공드 → 드방으로 오는 안쪽 방향


두 방향 모두 고관절의 움직임을 최대한 활용해 턴아웃을 유지해야 하며, 허리가 틀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롱 드 잠은 단순히 원을 그리는 훈련이 아니라, 발레 전반에서 다음과 같은 역할을 한다.

고관절 유연성 강화: 다리를 드방·아 라 스공드·데리에르로 이어가는 과정에서 회전 범위가 넓어진다.

무게 중심 이동 훈련: 원을 그리는 동안 지지 다리에 안정적으로 무게 중심을 두는 능력을 기른다.

턴아웃 유지: 원을 그릴 때 다리가 안쪽으로 말리기 쉽기 때문에 턴아웃을 의식적으로 유지하는 훈련이 된다.

동작 연결의 기반: 아다지오(느린 동작)에서 라인을 이어가거나, 알레그로(빠른 동작)에서 방향을 바꾸는 전환점으로 활용된다.


올바른 롱 드 잠을 위한 포인트

1. 골반 고정
다리가 원을 그린다고 해서 골반이 따라 움직여서는 안 된다. 골반은 정면을 유지하고, 다리만 독립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2. 선의 흐름 유지
발끝에서 원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야 한다. 발끝이 늘어지거나 무릎이 풀리면 라인이 깨진다.


3. 원 크기의 조절
바닥에서는 크게, 공중에서는 작고 정확하게. 앙 레르에서 원을 크게 그리면 중심을 잃기 쉽다.


4. 호흡과 음악
아다지오 템포에서 롱 드 잠을 연습하면 라인과 컨트롤 능력을, 빠른 템포에서는 지구력과 반응 속도를 기를 수 있다.



자주 하는 실수와 교정법

골반이 따라가는 경우
→ 벽을 옆에 두고, 골반이 벽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의식하며 연습한다.

무릎이 굽혀지는 경우
→ 다리 전체를 길게 뻗는 감각을 유지하고, 무릎이 아닌 고관절에서 원을 그린다.

발끝 긴장이 풀리는 경우
→ 탕뒤와 데가제의 감각을 연결해 발끝까지 늘 뻗어낸다는 의식을 갖는다.


무대 속 롱 드 잠

롱 드 잠은 무대에서 직접적으로 화려하게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모든 라인의 연결과 표현을 매끄럽게 만드는 기초다. ‘지젤’ 1막에서의 아다지오, ‘라 실피드’의 군무 장면에서 무용수들이 보여주는 부드러운 선과 흐름에는 보이지 않는 롱 드 잠 훈련의 힘이 깔려 있다.

결론

롱 드 잠은 단순히 다리로 원을 그리는 연습이 아니라, 턴아웃·무게 중심·고관절 회전을 동시에 길러주는 발레의 핵심 기본기다. 땅 위에서든 공중에서든 원의 흐름을 정확히 그려내는 훈련은 무대 위에서의 부드러운 라인과 안정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진다. 발레리나의 선과 균형은 결국 이 반복적인 롱 드 잠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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