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바이올린 연주는 크게 두 흐름으로 나뉜다. 하나는 길 샤함처럼 현대적으로 개량된 악기를 사용하는 연주자들이고, 다른 하나는 파비오 비온디처럼 역사적 악기를 복원하고, 동시대의 연주법을 고증하여 재현하는 연주자들이다.
이 두 번째 방식을 흔히 시대연주(historically informed performance)라고 부르며, 원전연주(原典演奏), 정격연주(正格演奏) 등 다양한 용어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시대연주'라는 명칭으로 정리되는 추세다. 물론 여전히 이 용어에 대한 이견은 존재한다.
'같아 보이지만 전혀 다른' 바이올린
클래식 음악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모든 바이올린이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모던과 바로크 바이올린은 구조부터 음향, 연주 방식까지 서로 다르다.
예를 들어 모던 바이올린은 주로 턱받침이 달려 있고, 브릿지(줄받침), 지판, 활의 형태가 현대적으로 개량되어 있다. 반면 바로크 바이올린은 턱받침이 없고, 더 낮고 짧은 브릿지와 지판, 가볍고 볼록한 활을 사용한다. 이로 인해 음색과 연주법도 크게 달라진다.


## 바이올린의 명기들 – 스트라디바리우스와 과르네리
많은 이들이 들어본 '스트라디바리우스'와 '과르네리'는 모두 17~18세기 이탈리아의 명장 가문에서 제작된 바이올린이다. 예를 들어, 정경화가 연주한 과르네리 델 제수 '로데(1741)'는 바르톨로메오 주세페 과르네리가 제작한 악기로, 십자가와 'IHS' 마크로 인해 '예수의'라는 의미의 '델 제수'라는 별칭으로 불리게 되었다.
하이페츠는 생전 여러 명기를 소유했는데, 가장 오랜 기간 사용한 것은 과르네리 델 제수 '다비트(1740)'였다. 그는 1922년에 이 악기를 구입하여 거의 모든 연주와 녹음에 사용했다. 파가니니가 생애 동안 사랑한 바이올린 역시 과르네리 델 제수 '캐논(1742)'이었으며, 대포처럼 강력한 음색 덕분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바로크에서 고전으로 – 개량의 역사
바이올린이 현대적인 형태로 개량된 배경에는 공연장의 변화가 있다. 과거 궁정 안에서 수백 명을 상대로 연주하던 음악은, 고전시대에 이르러 수천 석 규모의 대형 콘서트홀로 무대를 옮겼다. 이에 따라 더 크고 강한 소리가 필요해졌고, 장력 강화와 음량 증대를 위한 구조적 개량이 이뤄졌다.
브릿지가 높아지고, 지판이 길어지며 각도를 지니게 되었고, 줄은 거트현에서 스틸현으로 교체되었다. 활 또한 더 길고 무거워졌으며, 활털의 양도 증가하여 비브라토와 같은 표현 기법이 용이해졌다.
모던과 바로크, 각각의 매력
이런 개량의 결과, 모던 바이올린은 더 크고 강렬한 소리, 그리고 현란한 테크닉을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넓은 콘서트홀에서도 충분히 들릴 수 있는 음량과 투사력, 그리고 풍부한 표현력이 장점이다. 반면 바로크 바이올린은 비교적 고요하고 섬세한 울림, 그리고 비브라토를 최소화한 순수한 음색이 특징이다.
특히 바로크 시대의 표준 음고는 A=415Hz로, 현대의 A=440~445Hz보다 낮다. 덕분에 긴장감보다는 이완된 고요함을 지닌 사운드를 추구한다. 바로크 활은 구조상 여리고-강하고-여린 형태의 음압 변화를 만들어, 전체적인 음색이 유연하고, 소리결이 부드럽다.
시대연주의 현실적 고려사항
대부분의 고악기는 개량을 거쳐 현대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안드레아 아마티가 제작한 바이올린들은 16세기 중반의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어 시대연주자들에게 귀중한 자료가 되지만, 현실적으로는 보존상의 이유로 연주 기회가 제한적이다.
시대연주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많은 연주자들이 바로크 사양으로 복원된 악기나 새로 제작된 바로크 스타일 악기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역사적 진정성과 현실적 연주 가능성 사이의 절충점을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샤함 vs 비온디 – 두 개의 사운드 미학
길 샤함이 사용하는 스트라디바리우스 '폴리냑 백작부인(1699)'은 현대 개량 악기로, 고장력 스틸현과 무거운 활의 조합으로 격정적이고 강렬한 울림을 자랑한다. 이는 현대 콘서트홀의 거대한 공간에서도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힘과 표현력을 제공한다.
반면 비온디의 가리아노(1766)는 바로크 사양으로 복원되어, 고아하고 은은한 울림과 논-비브라토 기반의 부드러운 표현을 들려준다. 이는 작곡가가 의도했던 원래의 음향을 재현하려는 시도로, 음악의 역사적 맥락을 중시하는 접근법이다.
일반 청중에게는 두 방식 모두 고유한 매력을 지닌다. 모던 연주는 익숙하고 즉각적인 감동을 주며, 연주자의 개성과 기교가 더 직접적으로 전달된다. 바로크 연주는 처음에는 다소 낯설 수 있지만, 음악 본연의 순수함과 절제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느 쪽이 더 옳은가"가 아니라, 각각이 추구하는 음악적 이상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이다. 모던 연주는 현재의 우리에게 말하는 음악이고, 시대연주는 과거의 목소리를 복원하려는 음악이다.
마무리하며
결국 동일한 '바이올린'이라 하더라도, 그 개량 여부와 연주법에 따라 완전히 다른 세계를 펼쳐 보일 수 있다. 모던과 바로크, 두 방식 모두 각각의 매력과 가치를 지니고 있다. 듣는 이에게는 더 풍부한 선택의 폭이, 연주자에게는 더 다양한 표현의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악기의 외형은 수백 년간 거의 변하지 않았지만, 그 안에 담긴 '음악'은 시대와 함께 계속 진화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