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오페라 파우스트

엘노스 2025. 7. 12. 20:04

오페라는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예술 장르로, 오늘날에도 세계 주요 오페라 무대에서 이탈리아 작품들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그 뒤를 독일, 프랑스, 러시아, 영국 등의 작품들이 잇고 있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도 창작 오페라가 활발히 제작되고 있다.

프랑스 오페라는 특유의 색채감과 감각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하는데, 이는 발레에서도 잘 드러난다.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공연에서도 느껴지듯, 탐미적이고 섬세한 감성이 프랑스 오페라의 주요 특징 중 하나다.

프랑스 오페라 중 국내에서  널리 알려진 작품 중 하나가 샤를 구노(1818–1893)의 《파우스트》일 것이다. 구노는 파리 음악원에서 공부한 후 로마 대상을 받아 이탈리아에서 유학했는데, 그 기간 동안 이탈리아 작곡기법과 독일 음악 전통을 함께 익혔다. 이것이 그의 음악에 프랑스 특유의 우아한 선율, 이탈리아의 선율미, 독일 음악의 장엄함이 어우러지게 한 비결이었다.
 


1859년 파리 테아트르 리리크에서 초연된 《파우스트》는 구노를 프랑스 오페라의 대표 작곡가로 만든 출세작이다. 하지만 처음 초연은 당시 파리 관객들이 비극적 내용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실패로 끝났다. 그런데 1869년 파리 오페라하우스에서 5막에 발레 음악을 추가해서 다시 공연했을 때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 작품은 1975년까지 파리 오페라극장에서 무려 2,358회나 공연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괴테의 원작, 60년에 걸친 대작
 
오페라의 원작은 독일의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파우스트》다. 괴테는 열 살 무렵 인형극으로 파우스트 전설을 처음 접하고, 평생에 걸쳐 이 이야기를 구상했다. 1부는 1808년에 나왔고, 2부는 1832년 괴테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완성되었다.

괴테의 《파우스트》는 악마와의 계약 이야기에서 시작해 인간의 지적 욕망과 구원이라는 깊은 철학적 주제로 발전시켰다. 특히 제2부는 고전적 미의 이상과 인류애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고대 그리스의 헬레네와의 만남, 간척 사업, 죽음과 구원의 순간 등 상징적인 장면들로 가득하다.

괴테의 철학은 범신론적 세계관과 연결되는데, 그는 인간의 지적 탐구 자체가 신성에 도달하려는 시도라고 봤다. 그래서 파우스트의 최종 구원은 단순한 신앙이 아니라 지성과 의지의 결과로 해석된다.

구노의 오페라가 재해석한 괴테의 세계

구노의 《파우스트》는 괴테 원작의 방대한 이야기를 모두 담기보다는, 그 중에서도 1부에 해당하는 ‘그레첸의 비극’ 부분을 중심으로 오페라화한 작품이다. 철학적 깊이보다는 감정의 흐름과 인물 간의 갈등에 초점을 맞추어, 한 젊은 남자의 유혹과 한 소녀의 파멸이라는 고전적 구조를 섬세하고 극적으로 그려냈다.

이 과정에서 괴테의 복잡한 상징과 신학적 논의는 생략되었지만, 대신 음악을 통한 정서적 호소력과 서정성, 그리고 프랑스 오페라 특유의 탐미적 스타일이 강조되었다.

오페라 《파우스트》의 명곡들

구노의 《파우스트》는 괴테 원작의 1부 '그레첸의 비극' 부분을 오페라로 만든 것이다. 젊음을 되찾은 파우스트가 순진한 소녀 그레첸을 유혹하고, 그녀를 비극으로 이끄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이 오페라에서 가장 유명한 곡은 단연 2막의 '병사들의 합창(Gloire immortelle)'이다. "영광이여! 조국이여!"로 시작하는 이 웅장한 행진곡은 전쟁터로 떠나는 병사들의 기개를 담은 남성 합창의 백미로, 오페라를 잘 모르는 사람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큼 널리 알려져 있다.
 
https://youtu.be/LW-6HMenF74?si=NbxumXxg9rkNLu8T

그레첸이 부르는 '보석의 노래(Ah! je ris de me voir si belle en ce miroir)'는 메피스토펠레스가 남긴 보석 상자를 발견한 순진한 소녀가 거울 앞에서 보석을 하나씩 걸어보며 자신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장면의 아리아다. 화려한 콜로라투라 기교와 함께 소녀의 순수함과 허영심이 교묘하게 뒤섞인 이 곡은 소프라노들이 즐겨 부르는 대표 레퍼토리다.
 
https://youtu.be/cYlYLU39wEM?si=H_baz0FDTcTt0eda

 
파우스트의 '꽃의 노래(Salut! demeure chaste et pure)'는 그레첸의 집 앞에서 부르는 감미로운 세레나데로, "순결하고 거룩한 집이여!"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서정적인 선율이 인상적이다.
 
https://youtu.be/08HwvFGjVKM?si=8e4lRENzHEwUDICX

 
 
.세 나라 음악의 완벽한 조화

음악적으로는 독일적 장엄함, 이탈리아 오페라의 유려함, 프랑스의 감각적 관능미가 조화된 점이 이 작품의 큰 매력이다. 구노가 세 나라의 음악 전통을 모두 경험했기에 가능했던 독특한 융합이었다.

비제의 《카르멘》과 함께 프랑스 오페라의 양대 산맥으로 여겨지는 《파우스트》는 오늘날에도 프랑스 문화 예술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대표 작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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