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부동산 거품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2000년대 초반,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고속 성장기를 지나고 있었다. 연평균 GDP 성장률은 10%에 달했고, 도시화율도 빠르게 상승했다. 시골 출신 수억 명의 인구가 도시로 이주했고, 그만큼 주택 수요도 증가했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흐름을 경제 성장의 주요 동력으로 삼았다. 그리고 부동산은 그 성장의 ‘엔진’이 되었다.
토지 재정과 지방정부
중국의 부동산 시장을 이해하려면, 먼저 '토지재정(土地财政)'이라는 개념부터 알아야 한다. 중국은 헌법상 토지의 사유를 금지한다. 모든 토지는 국가 소유이며, 개인이나 기업은 토지를 '소유'할 수 없고 일정 기간 동안 '사용할 권리'만 가질 수 있다.
지방정부는 도시 외곽 농지를 ‘국유지’로 수용한 뒤, 이를 택지로 용도 변경해 민간 개발사에 장기 토지사용권(주거용의 경우 최대 70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얻는다. 이때 개발사가 지방정부에 지불하는 돈을 ‘토지출양금(土地出让金)’이라 하며, 전체 사용 기간에 대한 토지사용료를 일시불로 선납하는 구조다. 이 수익이 지방정부 재정의 핵심이 되어 왔다.
지방정부의 세수 구조에서 토지 관련 수입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분석에 따르면, 토지 매매 관련 수입은 일반적으로 중국 지방정부 수입의 30~40%를 차지한다. 실제로 중국 재정부(财政部) 공식 발표에 따르면, 2021년 전국 토지출양금 수입은 약 8.7조 위안에 달했으며, 이는 같은 해 지방정부 일반공공예산 수입 대비 약 38%에 해당한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이 수치가 2023년에는 6.7조 위안으로 줄어들었고 비중도 약 27.4%로 하락했다고 지적한다.
경제 성장기에는 일부 지방정부에서 토지출양금이 전체 재정 수입을 초과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았다. 이는 개발 압력과 규제 완화를 동시에 유도하는 구조다. 지방정부는 재정 확보를 위해 더 많은 토지를 공급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부동산 개발사와의 유착 가능성도 높아졌다.
2022년에는 토지출양금 수입이 6.7조 위안으로 감소했으며, 이에 따른 재정 보전을 위해 지방정부 전용채권 발행액이 3.8조 위안에 달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출처: 중국 재정부, PIIE 2024).
'주택은 투자'라는 신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은 침체에 빠졌지만, 중국은 독자적인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통해 확장적 정책을 펼쳤다. 4조 위안 규모의 경기 부양 패키지와 함께 인프라 건설과 부동산 프로젝트가 대거 추진됐다.
이 시기를 전후해 중국 가계의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급격히 증가했다. 골드만삭스 분석을 인용한 이코노미21 보도에 따르면, 중국 가계 자산의 약 70~76%가 부동산에 묶여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미국(28%)이나 일본(37%)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주택은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니라, 자산 증식의 수단이자 ‘가장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되었다. 이 믿음이 수요를 지탱했고, 수요는 다시 가격을 끌어올렸다. 베이징, 상하이, 선전 같은 대도시의 집값은 10년 만에 4~6배 가까이 상승했고, 중소도시들도 빠르게 이를 따라갔다.
개발사의 성장과 리스크
중국의 부동산 개발사들은 부동산 과열을 성장의 기회로 삼았다. 선분양 제도(분양 대금으로 건설 자금 조달)와 저금리 환경은 이들에게 무리한 확장을 가능케 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헝다(恒大)다.
헝다는 2000년대 후반부터 전국 단위로 수백 개의 프로젝트를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며 급속히 덩치를 키웠고, ‘중국 2위의 부동산 개발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 성장의 기반은 부채였다. 2021년 기준 헝다의 총 부채는 약 2.4조 위안(미화 약 3,350억 달러)에 달했으며, 이는 당시 중국 GDP의 약 2% 수준이었다. 헝다의 부실화는 시장 전체에 대한 신뢰를 흔들기 시작했다.
정치적 관성과 거품의 정당화
2010년대 후반까지 중국 정부는 부동산 가격 안정을 시도했지만, 구조적인 개입은 제한적이었다. 일부 도시에 가격 상한제나 다주택자 규제 등이 도입됐지만, 시장의 흐름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성장률 유지’라는 목표 아래, 부동산 부문은 일정 수준의 보호를 받는 영역이었다.
정책적 모순은 ‘공급 부족’이라는 명분 아래, 고분양가와 과잉 공급이라는 이중 구조를 낳았다. 한편으로는 투기 억제를 외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GDP 성장률 유지를 위해 개발을 장려하는 정책이 동시에 작동했던 셈이다.
거품은 왜 무너지는가
부동산은 장기적으로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신념, 선분양을 통한 자금 순환 구조, 토지 매각에 의존한 지방정부 재정이 서로 삼각형 구조로 얽혀 있었다. 그러나 인구 증가세가 둔화되고, 청년 세대의 실질 소득이 정체되면서 균열이 시작됐다.
중국 정부는 2020년 8월부터 ‘3가지 레드라인’(순부채율 100% 이하, 유동부채 대비 현금성 자산 1배 이상, 선수금 제외 자산부채율 70% 이하)을 도입해 부동산 개발사의 재무건전성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이는 헝다를 비롯한 다수의 대형 개발사들의 유동성 위기로 이어졌고, 2021년 12월 헝다는 약 227억 달러 규모의 역외 채권 상환에 실패하면서 공식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다.
부동산은 단순한 산업이 아니다. 중국 GDP에서 부동산 및 관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약 24%에 달했고, 2024년 기준으로도 여전히 19~2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부동산은 가계 자산의 핵심이자, 지방정부의 재정 기반, 그리고 국가 성장률의 한 축이었다.
현실은 심각하다. 블룸버그가 부동산중개업자와 민간 데이터 제공업체들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주요 대도시 집값은 2021년 고점 대비 15% 가량 떨어졌다. 연세대 중국연구원 자료에서도 중국 1선 도시의 경우 부동산 가격이 최근 2-3년간 최고 가격 대비 15% 이상의 하락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다만 2024년 하반기부터 상하이, 베이징 등 일부 지역에서 회복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2024년 2월 월스트리트 저널 기사에 따르면, 중국 내 공실 주택 수는 6천만~9천만 채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이 수치는 중국 부동산 위기의 구조적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