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브렉시트 이후: 데이터로 보는 영국 현실

엘노스 2025. 6. 16. 13:32

 

 

2020년 1월 31일, 영국은 공식적으로 유럽연합을 탈퇴했다. 탈퇴는 곧 종결이라는 기대와 달리, 브렉시트는 일련의 복잡한 전환과 재협상의 시작에 불과했다. 무역과 이민, 노동시장과 식량 공급망, 금융 산업에 이르기까지 영국 사회는 점진적이고도 분명한 변화를 겪게 되었다. 


무역과 경제

2021년 1월 1일, 유럽연합과의 전환 기간이 종료되며 영국은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완전히 이탈했다. 최종적으로 체결된 무역협정은 '무관세 무쿼터' 조건이었지만, 다양한 규제 장벽과 행정 절차는 새롭게 생겨났다. 2024년 기준, 영국의 대EU 수출은 2019년 대비 약 18% 감소하였다. 자동차, 의약품, 화학제품 등 규제 기준이 까다로운 산업에서 인증 절차의 복잡성과 통관 지연이 특히 문제로 부각되었다.

 

영국무역감독청의 분석에 따르면 EU로부터의 수입은 소폭 감소했고, 비EU 국가로부터의 수입은 일부 증가하여 공급망 재편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체 GDP 대비 무역 비율도 하락세다. 2024년 기준, 영국의 수출은 GDP의 30.6%, 수입은 31.8% 수준으로, 전년 대비 각각 1.4%포인트, 1.3%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팬데믹 이후 무역이 회복된 다른 선진국들과 대조적이다.

EU로부터의 수입은 소폭 감소했고, 비EU 국가로부터의 수입은 일부 증가하여 공급망 재편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전체적인 GDP 대비 무역 비율은 하락세를 보여, 경제 개방성이 줄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다른 선진국이 팬데믹 이후 수출을 회복한 데 반해, 영국은 여전히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브렉시트 이후 어업 문제는 상징적인 정치 의제에서 실제 외교적 갈등의 원인으로 확대되었다. 2021년 프랑스 어선 수십 척이 저지섬 주변에서 시위를 벌였고, 영국과 프랑스는 각각 해군 순찰선을 파견했다. 같은 해 10월, 프랑스는 영국 어선을 나포하고 전력 공급 중단을 경고하며 분쟁이 고조되었다. 어업 자원의 국경 통제라는 주권 회복이 실제 경제적 이익으로 이어졌는지는 여전히 논쟁적이다.

 

이민과 노동력 부족

브렉시트 이후 영국은 EU 시민의 자유이동권을 종료하고 포인트 기반 이민 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고숙련 인력 유입에는 유리하지만, 단순노동직과 서비스업 분야에서는 구조적 인력 부족을 초래했다. 그 영향은 특히 보건의료 분야에서 두드러졌다. 국민투표 직후인 2016년 7월, EU 출신 간호사의 신규 등록자는 1,304명이었지만, 2017년 4월에는 46명으로 줄어들며 96% 이상 감소했다. 연간 통계에서도, NMC에 따르면 2016/17 회계연도 신규 등록자는 1,107명으로, 전년도 대비 89% 급감했다.

이처럼 신규 등록자 유입이 급감하면서 전체 NHS 간호사 중 EU 출신이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감소했다. 2016년 약 7.4%였던 비율은 2021년에는 6.8%로 낮아졌으며, 이는 단기 충격뿐 아니라 구조적 감소 추세로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동시에 농업, 운송, 요양, 건설, 숙박음식업 등 다양한 산업에서도 EU 출신 노동자의 이탈에 따른 공백이 확인되었다. 2022년 기준, EU 출신 노동자의 순감소는 약 8만 6천 명에 달하며, 이로 인한 공급망 차질과 서비스 인력 부족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북아일랜드 문제

브렉시트 이후 북아일랜드는 북아일랜드 프로토콜에 따라 사실상 EU 단일시장 규제를 일부 유지하게 되었고, 영국 본토와의 화물 이동에 통관 절차가 도입되었다. 이로 인해 2021년 연합주의자 지역에서는 시위와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10대 청소년들이 시위에 참여하고 화염병이 등장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었다. 2023년 영국과 EU는 윈저 프레임워크를 체결하여 일부 규정을 완화했지만, 근본적인 갈등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금융과 런던의 변화

브렉시트 초기에는 런던 금융시장이 급격한 타격을 받지 않았지만, 구조적 이동은 지속되고 있다. 2021년 말 기준 약 7,400개의 금융업 일자리가 EU 지역으로 이전됐고, 440개 이상의 기업이 일부 사업이나 자산을 유럽 본토로 옮겼다. 자산 이전 규모는 약 9천억 파운드에 달하며, 이는 영국 전체 은행 시스템의 약 10%에 해당한다. 암스테르담은 런던을 제치고 유럽 최대 주식 거래 중심지로 부상했다.

 

여론의 변화

2024년 5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영국인의 55%는 브렉시트가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답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후회하는 응답 비율이 높아졌으며, 탈퇴를 지지했던 유권자 중 일부도 입장을 바꿨다. 반면 브렉시트 자체에 대한 관심은 크게 감소하여, 2022년에는 전체 유권자의 6%만이 브렉시트를 주요 관심사로 꼽았다. 이는 정치적 피로감과 기대의 괴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브렉시트는 법적 종료 이후에도 여전히 경제와 사회에 영향을 주고 있다. 무역과 노동시장, 금융, 지역 갈등 등 다양한 지표에서 점진적이지만 구조적인 변화가 관찰된다. 이는 주권 회복이라는 추상적 이상이 현실의 비용과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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