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연준의 3대 정책 수단

엘노스 2025. 6. 12. 13:44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혹은 '연준'은 직접적으로 화폐를 발행하는 기관이라기보다는 화폐의 흐름과 가격을 조율하는 경제의 지휘자다. 그 조율의 핵심 도구는 세 가지다: 공개시장조작, 할인율, 지급준비율. 이 삼총사는 연준이 경제의 온도를 높이거나 낮추기 위해 구사하는 정책 무기이며, 각각 다른 메커니즘으로 금융시장 전반을 움직인다.

첫 번째 무기: 연방기금금리와 공개시장조작

가장 중요하고 자주 사용되는 무기는 공개시장조작(Open Market Operations, OMO)이다. 연준이 정부 증권을 사고파는 공개시장조작은 통화정책 실행의 핵심 도구로 활용된다. 연준이 증권을 매입하면 해당 은행의 준비금 계좌에 자금을 입금함으로써 은행 시스템의 준비금 수준을 변화시킨다.

연준은 연방기금금리를 목표 범위 내로 유지하기 위해 공개시장조작을 활용한다. 연방기금금리는 미국 은행들이 서로 하루 단위로 자금을 거래할 때 적용되는 금리로, 모든 금리의 기준점 역할을 한다. 현재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는 4.25~4.5%로 설정되어 있다. 국채를 매입하면 시중에 현금이 공급되어 은행의 여유자금이 늘어나고 금리가 하락한다. 반대로 국채를 매도하면 시중 자금을 흡수하는 효과를 낸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QE)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연준은 장기 증권 보유 규모를 크게 확대했다. 이는 단순한 금리 조정을 넘어 자산 가격을 직접 떠받치는 '시장 메이커' 역할로 진화했다.

두 번째 무기: 할인율 – 정책 신호의 역할

할인율(Discount Rate)은 연준이 금융기관에 대출을 제공할 때 적용하는 금리다. 현재 주요 신용 할인율은 4.5%로 설정되어 있다. 할인율은 연방기금금리보다 높게 설정되어 은행들이 우선적으로 연방기금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도록 유도한다.

할인율 변경이 은행 행동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연준의 정책 방향을 시장에 신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할인율 인상은 긴축 신호를, 인하는 완화 신호를 보내는 정책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기능한다.

세 번째 무기: 지급준비율

지급준비율은 2020년 3월 26일부터 모든 예금취급기관에 대해 0%로 설정되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예금취급기관의 지급준비율은 2020년 3월 26일 이후 0%로, 사실상 이 정책 도구는 봉인된 상태다.

2019년 1월 연준이 충분한 준비금 체제(ample reserves regime) 실행을 발표한 이후, 지급준비율은 이 운영 체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 현재 연준은 준비금 잔액에 대한 이자(IORB)와 익일물 역환매협정(ON RRP) 같은 관리금리를 통해 연방기금금리를 목표 범위 내로 유지한다.

익일물 역환매협정은 연준이 하루 동안 시중자금을 흡수하며 금리 하한선을 설정하는 도구다.

권력의 실체: 숫자가 아닌 심리전

연준은 준비금 잔액에 대한 이자, 익일물 역환매협정, 할인율 등 관리금리를 조정하여 연방기금금리를 FOMC가 설정한 목표 범위 내로 유지한다. 이 정책 수단들의 공통점은 '시장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방향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연준은 항상 시장과의 소통을 중시해왔고, 실제 금리 변화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연준의 의사 표명, 즉 포워드 가이던스다. 제롬 파월 의장의 한 마디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 정책 수단들도 만능은 아니다. 대표적인 한계가 제로금리 정책 상황이다. 2008년과 2020년, 연준은 금리를 거의 0%까지 내렸지만 그것만으로는 경제를 충분히 살릴 수 없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양적완화와 같은 비전통적 수단들이었다.

연준은 2025년 세 차례 회의에서 모두 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했다. 연준은 2023년 20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정책금리를 올린 후, 2024년 하반기에 총 1%포인트 금리를 인하했다. 

연준의 금리 조정은 단순한 국내 경제 조율을 넘어 글로벌 경제에 대한 방향 지시로 기능한다. 0.25%포인트의 미세한 조정이 미국 내부는 물론 한국, 유럽, 신흥국의 통화정책과 환율에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 달러가 기축통화인 상황에서 연준의 정책 결정은 전 세계 자본의 흐름을 좌우하는 절대적 권력이 된다.

진화하는 통화정책의 미래

현재 연준의 통화정책은 더 이상 '중립적 조율자'의 역할에 머물 수 없게 되었다. 금융시장의 구조를 직접 변화시키고, 자산 불평등과 투기적 흐름을 조장하는 정치적 행위자로 변모했다. 특히 충분한 준비금 체제 하에서 관리금리가 통화정책의 핵심 도구가 되면서, 연준의 권력은 더욱 직접적이고 즉각적으로 작동한다.

이처럼 연준의 정책 수단은 경제학 교과서의 수학적 공식을 넘어 정치경제적 선택으로 작동하고 있다. 그 진정한 권력은 숫자 자체가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와 기대를 조작하는 힘에 있다. 연준이 진정한 의미에서 '금리로 말하는 권력기관'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