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트럼프 이후, 관세는 어떻게 공화당의 DNA가 되었을까

엘노스 2025. 6. 11. 16:22

2025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가 47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그의 두 번째 임기는 첫 번째 임기보다 훨씬 더 공격적인 관세 정책으로 시작되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처음엔 예외처럼 보였다. 공화당은 1980년대 레이건 이래 자유무역을 정체성으로 삼아온 정당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공화당 내 차세대 지도자들인 J.D. 밴스 부통령과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모두 트럼프의 무역 정책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는 일시적 반동이 아니라, 미국 정치의 구조적 전환을 보여주는 조짐이 되었다.


1장: 레이건에서 트럼프로 – 보수의 재구성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은 무역 자유화를 통해 미국 경제의 역동성을 회복하겠다고 선언했다. 그가 이끌었던 보수주의는 세계화와 시장 개방을 통해 미국의 리더십을 확장하는 모델이었다. 당시 공화당은 NAFTA 체결, WTO 출범, 중국의 WTO 가입 등 글로벌 경제 질서 재편에 핵심 역할을 했다.

레이건주의의 핵심은 명확했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수록 효율성은 떨어지고, 국경이 낮아질수록 경쟁력은 높아진다는 믿음이었다. 이는 단순한 경제 철학을 넘어 미국적 가치의 표현으로 여겨졌다. 자유무역은 자유민주주의와 한 묶음이었고, 보호무역은 사회주의적 계획경제의 잔재로 치부되었다.

 

놀라운 사실은 바이든 행정부조차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대부분 계승했다는 점이다. 2024년 5월 14일, 바이든은 중국산 전기차에 100%, 반도체에 50%, 태양광 전지에 50%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180억 달러 상당의 중국 상품에 대한 추가 관세로, 기존 트럼프 시대 관세 위에 더해진 것이다.

심지어 바이든 행정부는 2025년 1월 1일부터 텅스텐, 폴리실리콘, 웨이퍼 등 중국산 청정에너지 관련 제품에 대한 관세를 추가로 인상했다. 이는 "중국이 미국 내 청정에너지 투자에 도전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되었다.

 

트럼프는 2025년 2월부터 중국에 20% 기본 관세와 125% 추가 관세를 부과해 총 145%의 관세율을 적용했다. 4월 2일에는 거의 모든 교역국에 대해 10% 기본 관세와 국가별 추가 관세(최대 50%)를 발표했다. 6월 4일에는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를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했다.

이는 단순한 정책 변화를 넘어서는 역사적 사건이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2025년 미국 가계당 평균 1,200달러의 세금 인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추정된다. JP모건의 분석에 따르면, 새로운 관세는 약 4,000억 달러의 세수를 창출할 것이며, 이는 미국 GDP의 1.3%에 해당하는 1968년 이후 최대 규모의 세금 인상이다.

2장: 공화당 내 새로운 보수 연합의 형성

J.D. 밴스, 조시 하울리, 마르코 루비오 등 공화당의 차세대 지도자들은 모두 트럼프의 무역 정책을 지지하며, '내셔널 컨서버티즘' 움직임의 핵심 인물들이다. 이들은 트럼프보다 훨씬 더 체계적으로 '보수의 재정의'를 시도하고 있다.

밴스는 루비오와 함께 중국산 자동차에 대해 대당 2만 달러의 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하울리는 독점 금지법에 대한 관심을 보이며, 밴스는 인슐린 가격 규제, 철도 산업 규제, 기업 합병 제한 등 전통적 자유시장 원칙과는 거리가 먼 법안들을 제출했다.

 

흥미롭게도 이들 세 명은 모두 가톨릭 사회교리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루비오는 2019년 가톨릭대학교 연설에서 "우리 나라가 시장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가, 아니면 시장이 우리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가?"라고 질문했다.

이는 전통적 공화당의 시장 만능주의와는 완전히 다른 접근이다. 이들은 모두 전미자동차노조(UAW)와 국제운수노조(IBT)를 일관되게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 내에서도 관세 정책에 대한 반대가 존재한다. 아이오와 주 출신 척 그래슬리 상원의원은 민주당의 마리아 캔트웰 의원과 함께 새로운 관세에 대해 의회 승인을 요구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관세는 소비자에 대한 세금이며, 나는 미국 소비자에 대한 세금 인상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4월 말 상원에서 트럼프의 관세에 대한 제동을 거는 투표가 있었지만, 공화당 지도부의 보호로 근소한 차이로 부결되었다. 이는 공화당 내에서도 관세 정책에 대한 의견이 갈린다는 것을 보여준다.

 

3장: 경제적 충격과 정치적 계산

트럼프의 4월 2일 관세 발표 이후 목요일과 금요일 이틀 동안만 6조 6천억 달러의 시장 가치가 증발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3일간의 시장 하락으로 전 세계적으로 약 10조 달러, 즉 글로벌 GDP의 10%에 해당하는 주식 가치가 사라졌다.

S&P 500 지수는 1950년대 벤치마크 생성 이후 4일간 가장 깊은 하락을 기록했다. JP모건은 관세와 무역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2025년 미국 실질 GDP 성장률 전망을 기존 대비 0.3%포인트 하향 조정해 1.6%로 발표했다.

OECD는 3월 1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미국과 전 세계 경제 성장을 둔화시키고 인플레이션을 재점화시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OECD는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2025년 2.2%, 2026년 1.6%로 급격히 둔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세계은행은 6월 화요일 2025년 글로벌 성장률 전망을 0.4%포인트 하향 조정해 2.3%로 발표했으며, "높은 관세와 불확실성이 거의 모든 경제에 상당한 역풍"이라고 지적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 와튼스쿨의 예산 모델(PWBM)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장기적으로 GDP를 8%, 임금을 7% 감소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산층 가정은 평생에 걸쳐 5만 8천 달러의 손실을 볼 것이며, 이는 법인세율을 21%에서 36%로 인상하는 것보다 두 배나 큰 경제적 손상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무역 데이터도 관세의 즉각적 영향을 보여준다. 5월 중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이 전년 동기 대비 28.5% 급감했으며, 이는 팬데믹 이후 가장 급격한 감소폭이다. 전체적으로 미국의 해상 수입은 5월에 연간 7.2% 감소해 218만 TEU를 기록했다.

4장: 미중 관계의 롤러코스터

흥미롭게도 5월 12일 제네바에서 열린 미중 무역 협상에서 양국은 상호 관세를 115% 삭감하기로 합의했다. 이로 인해 미국의 대중 평균 관세율은 126.5%에서 51.1%로, 중국의 대미 평균 관세율은 147.6%에서 32.6%로 하락했다.

그러나 이 합의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6월 5일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기술 부문에 대한 제재를 확대할 계획이며, 중국 역시 희토류 수출 제한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6월 10일 화요일, 미국과 중국은 런던에서 이틀간의 무역 협상을 마치고 무역 긴장 완화를 위한 프레임워크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상무장관 하워드 루트닉은 "제네바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프레임워크에 도달했다"고 밝혔으며, 이 합의가 희토류와 자석 관련 양국 간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5장: 정치 언어로서의 관세

이러한 흐름 속에서 관세는 단지 경제적 수단이 아니라, 하나의 정치 언어가 되었다. '관세 부과'는 구체적인 산업 보호를 넘어서, 더 근본적인 메시지를 담는다:

우리는 미국을 위해 싸운다.
관세는 외국과의 경쟁에서 자국을 방어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는 단순한 경제 정책이 아니라, 국가적 자존심과 연결된다.

우리는 당신의 일자리를 지킨다.
트럼프가 최근 의약품 기업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라이 릴리 CEO는 "공급망 복귀가 목표라면, 관세 위협만으로도 이미 달성했다"고 말했다. 관세는 추상적인 경제 이론이 아니라, 구체적인 생계와 직결된 문제로 프레이밍된다.

우리는 국경을 다시 세운다.
관세는 물리적 국경뿐 아니라 경제적 국경의 복원을 상징한다. 세계화로 흐려진 경계선을 다시 그어 국가적 정체성을 회복하겠다는 의미이다.

관세의 실제 영향은 소비자들이 직접 체감하고 있다. 한 소비자가 198달러짜리 수영복을 주문했는데, 배송비 20달러에 관세가 무려 351.26달러가 부과되어 관세가 상품 가격의 거의 두 배에 달했다는 사례가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되었다.

 6장: 세계적 맥락에서 본 미국의 변화

흥미롭게도 미국은 7월 9일 만료 예정인 '상호주의 관세' 90일 유예 기간을 앞두고 각국과 활발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미국과 인도 관계자들은 이번 주 무역 협상을 열었으며, 농업과 자동차 부문 관세 인하에 집중해 논의를 7월 9일 마감일 전 월요일과 화요일에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는 2월 1일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나중에 한 달 연기). 이는 펜타닐 유입과 불법 이민 문제를 이유로 한 조치였다. 캐나다 에너지 제품만 10%의 낮은 관세율을 적용받아 "휘발유와 난방유 가격에 대한 파괴적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했다.

브루킹스 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관세는 미국 GDP 성장률을 0.25%포인트 감소시키고, 보복 관세가 가해질 경우 미국 인플레이션을 0.8%포인트 상승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 관세는 트럼프를 지나도 남을 것이다

트럼프는 관세를 통해 정치적 전선을 재배치했고, 그것은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바이든 행정부조차 트럼프 시대 관세를 대부분 유지하고 오히려 확대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자유무역을 당연하게 여겼던 시대는 끝났고, 미국의 보수는 그 자리에서 새로운 언어를 만들고 있다.

세금재단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향후 10년간 2조 달러의 세수를 창출하지만 GDP를 0.8% 감소시킬 것이다. 하지만 경제적 효율성과 별개로, 보호무역주의의 정치적 지속력은 다른 차원에서 나온다. 그것은 '상실감의 정치'와 연결되어 있다.

트럼프가 2028년 후계자로 J.D. 밴스와 마르코 루비오를 언급한 것은 관세 정치가 트럼프 개인을 넘어 지속될 것임을 시사한다. 관세는 트럼프의 정책이었지만, 이제는 미국 정치의 기조로 남았다. 그것은 단순한 정책 도구를 넘어 하나의 정치적 상징이 되었고, 미국이 세계와 관계 맺는 새로운 방식의 표현이 되었다.

앞으로 관세 정책은 더욱 정교해지고 전략적이 될 것이다. 전면적 보호무역이 아니라 선택적 보호무역, 일방적 조치가 아니라 동맹국과의 공조를 통한 조치가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 기본 정신, 즉 '미국 우선'과 '국가 개입'은 계속될 것이다.

트럼프가 시작한 변화는 그를 넘어서서 미국 정치의 새로운 DNA가 되었다. 관세는 더 이상 트럼프만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포스트 세계화 시대 미국 정치의 새로운 언어가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