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츄&모이어 이야기 4] 시니어 데뷔
주니어 무대에 한 시즌을 더 머물면서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택했던 버모네는 05/06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전승을 거두며 주니어 세계선수권 우승을 했을 뿐 아니라 2006 캐나다 내셔널 시니어 부문에서도 3위의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2006년 1월에 열린 캐나다 내셔널 대회에서 종합순위는 3위였지만 OD와 FD는 2위였던 터라 토리노 올림픽 출전권도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캐나다 연맹은 규정대로 상위 2팀을 올림픽에 내보냈고 버모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2개의 더 중요한 프로그램에서 버모네가 2위를 했을 뿐 아니라 궁극의 무대인 올림픽을 경험해볼 절호의 기회였으니까요.
실망감을 다스리며 출전한 2006년 주니어 세계선수권은 세 부문에서 모두 1위를 하며 172.57점이라는 압도적인 점수로 우승했습니다.
버모네의 시니어 그랑프리 데뷔 무대는 2006 스케이트 캐나다였는데 이때 스캇 모이어가 만으로 19살, 테사 버츄가 17살이었습니다. 주니어 월드 우승에 이어 시니어 그랑프리 데뷔 무대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면서 피겨 스케이팅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죠.
다음 대회였던 에릭 봉파르 때의 성적은 종합 4위로 캐나다 대회 때만큼은 못했는데 오리지널 댄스에서 8위의 부진한 모습을 보인 탓도 있지만, 참가 팀의 면면이 워낙 쟁쟁했죠. 2006 에릭 봉파르 우승자가 2007년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인 알베나 덴코바&막심 스타비스키였고, 준우승자가 2008년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인 이자벨 델로벨&올리비에 쇤펠더 조였으니까요.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스캇 모이어가 앞서가는 상대팀의 약한 부분을 파악하고 경쟁자를 따라잡기 위해서 투지를 불태우는 낙관적인 성격인 반면에 테사 버츄는 경쟁자들을 고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입니다.
테사 버츄는 자신이 하는 일을 오리의 행태에 비유하곤 하는데 수면 위로는 고요한 모습을 보이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쉴새 없이 물갈퀴로 젓고 있듯이 자신 역시 겉으로는 확신에 차 있는 모습을 관객에게 보이지만 내면은 떨고 있는(very nervous) 모습이 닮았다는 얘기죠.
반면에 스캇 모이어는 지금 당장은 경쟁자와 격차가 있더라도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차이이고, 이기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다소 넘칠 정도로 낙관적인 성격이라고 합니다.
2007 캐나다 내셔널에서 2위를 한 버모네는 2007 4CC에서 동메달을 딴 데 이어서 2007 세계선수권에서도 종합 6위의 인상적인 경기를 보였는데, 버모네가 기대했던 성적이 종합 10위에 드는 것이었으니 만족스러운 결과였죠.
시니어 2년차가 되는 07/08시즌 버모네의 목표는 세계선수권에서 마지막 그룹에 드는 것이었고, 당시로서는 합리적인 목표였습니다.
상위 다섯 조가 경쟁하는 마지막 그룹은 선수들의 재능과 링크의 분위기부터 다른 그룹과는 다른데다 심판들도 마지막 그룹의 선수들에게는 후한 점수를 주는 경향이 있는 만큼 마지막 그룹에 드는 것이 메달을 놓고 경쟁하는 데 좀 더 유리한 조건이 될 수 있으니까요.
06/07시즌 프리 댄스 <Valse triste : 슬픈 왈츠>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버모네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데 시니어에 데뷔한 어린 커플의 스케이팅이 부드러울 뿐 아니라 음악적 감수성이나 표현력도 사람의 시선을 끌었죠. 둘의 호흡은 인상적이었고 밀접한 거리를 유지하며 그들만의 세계에서 왈츠를 추고 있더군요. 물론, 기술적/예술적으로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었지만 둘의 나이를 고려할 때 무척 인상적인 연기였습니다.
2007년 세계선수권 대회 프리 댄스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