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리타: 예술과 도덕의 경계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는 20세기 문학사에서 가장 논란이 많으면서도 문학적으로 탁월한 작품 중 하나다.
정교한 서술 구조와 신뢰할 수 없는 화자
작품은 험버트의 1인칭 회고록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는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려 애쓰며 독자를 설득하려 하지만, 바로 이 점이 나보코프의 치밀한 계산이다. 험버트는 매력적인 문체와 해박한 지식으로 자신을 포장하지만, 그의 서술 사이사이로 진실이 스며든다. 독자는 점차 그의 말을 의심하게 되고, 롤리타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험버트는 롤리타를 이상화된 요정으로 묘사하지만, 실제로는 평범한 미국 소녀였던 돌로레스의 모습이 드러난다. 그녀는 팝송을 좋아하고, 만화책을 읽으며,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어하는 지극히 평범한 아이였다. 이러한 대조는 험버트의 환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보여주며, 동시에 그가 한 아이의 어린 시절을 얼마나 잔혹하게 파괴했는지를 암시한다.
언어의 마술과 미학적 완성도
나보코프는 러시아 태생이지만 영어로 이 작품을 썼으며, 시적이고 유려하며, 때로는 유머러스하기까지 하다. "Lo-li-ta: the tip of the tongue taking a trip of three steps down the palate to tap, at three, on the teeth"라는 유명한 첫 문장부터 언어의 음성학적 아름다움을 과시한다.
하지만 이러한 문체적 아름다움이 작품의 핵심이다. 나보코프는 추악한 내용을 아름다운 언어로 포장함으로써 예술과 도덕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독자는 험버트의 문장에 매혹되면서도 동시에 그 내용에 혐오감을 느끼게 되는 모순적 경험을 하게 된다.
미국 문화에 대한 날카로운 관찰
소설은 1940-5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하며, 유럽 지식인인 험버트의 시선을 통해 미국 문화를 풍자한다. 모텔, 드라이브인, 팝 문화 등 전형적인 미국적 풍경들이 세밀하게 묘사되면서, 동시에 그 피상성과 상업주의가 조롱당한다. 나보코프는 구대륙의 세련된 문화와 신대륙의 천박함을 대비시키지만, 결국 진정한 괴물은 유럽의 '교양인'임을 보여준다.
롤리타와 험버트가 미국 전역을 횡단하는 여행 부분은 특히 인상적이다. 이는 단순한 도피가 아니라 험버트가 롤리타를 완전히 자신의 통제 하에 두려는 시도이며, 동시에 미국이라는 거대한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추격전이기도 하다.
클레어 퀼티라는 그림자
작품 후반에 등장하는 클레어 퀼티는 험버트의 또 다른 자아이자 경쟁자다. 극작가이자 포르노그래피 제작자인 그는 험버트보다 더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롤리타를 이용한다. 퀼티의 존재는 험버트의 '사랑'이라는 미화가 얼마나 허상인지를 드러내며, 결국 두 남성 모두 한 소녀의 삶을 파괴한 가해자임을 보여준다.
험버트가 퀼티를 살해하는 장면은 상당히 초현실적이고 코믹하게 그려진다. 이는 나보코프가 전통적인 복수 서사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으로, 피해자인 롤리타의 목소리는 여전히 묻혀 있음을 암시한다.
결론: 예술과 도덕의 경계
<롤리타>는 분명히 불편한 작품이다. 하지만 그 불편함은 나보코프가 의도한 바다. 작가는 독자가 아름다운 문장에 매혹되면서도 그 내용에 경악하기를 원했고, 예술의 미학적 가치와 도덕적 책임 사이의 긴장을 탐구했다.
이 소설은 가해자의 일방적 서술임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피해자의 진실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롤리타는 험버트의 환상 속 요정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했던 한 소녀였고, 그녀의 상처받은 삶이 아름다운 문장들 사이로 계속해서 새어 나온다.
<롤리타>는 문학이 어떻게 어두운 인간성까지도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러한 승화가 과연 정당한지에 대한 영원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