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2021년

210130) 분슌(文春) 온라인 - 블랙핑크가 넘어선 벽, '아이돌'과 '여성 아티스트' 두 가지를 향한 편견

파리지앵 2022. 1. 11. 06:27

미국의 유력 매체 블룸버그는 매달 팝스타 파워랭킹(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팝스타 순위)을 발표한다. 3개월간 라이브 총수익, 30일간 라이브 티켓 매출, 앨범 매출, 스트리밍 재생 횟수, 유튜브 조회수, 인스타그램 활동 등이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2020년 12월의 경우 1위는 아리아나 그란데, 2위는 방탄소년단, 3위는 저스틴 비버였다. 11월에 1위로 선정된 것은 케이팝 걸그룹 블랙핑크. 팝 스모크, 카디 비, 저스틴 비버가 그 뒤를 이었다. 아시아 아티스트가 이 랭킹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2016년 데뷔 이래 블랙핑크는 디지털 플랫폼과 음반 시장, 라이브 공연 시장을 넘나들며 다양한 기록을 만들어 왔다. 유튜브 구독자 수는 5,570만 명으로 저스틴 비버(6,040만)에 이어 전 세계 아티스트 중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실제로 '뚜두뚜두'(2018년, 약 14.6억뷰)를 비롯해 'Kill This Love'(2019년, 약 11.8억뷰), '붐바야'(2016년, 약 10.8억뷰), '마지막처럼'(2017년, 약 9.8억뷰) 등 유튜브 공식 채널의 총 조회수는 152억 회를 넘고 있다(2021년 1월 17일 현재).

2019년에는 미국 최대 음악 축제 중 하나인 코첼라 페스티벌을 비롯해 23개 도시에서 월드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2020년 발매돼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Billboard 200)와 영국 오피셜 차트 2위를 차지한 1집 앨범 <THE ALBUM>은 125만 장의 판매를 기록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케이팝 걸그룹 최초'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실현되기 전까진 모두 케이팝 걸그룹에겐 불가능하다는 말만 무성했다. 바로 그 전후 갭에 숫자로만 드러나지 않는 블랙핑크의 영향력이 숨어 있다. 이들의 영향력은 아이돌과 여성 아티스트 양쪽에게 쏠렸던 편견을 극복하고 얻어낸 음악적/사회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이건 바로 블랙핑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케이팝 여성 아이돌들의 경험과 성과가 로컬하고 글로벌하게 쌓인 결과이기도 하다.

강한 여성상으로 전환한 것은 걸그룹 자신의 음악

여기서 케이팝 여성 아이돌의 계보를 간단하게 되돌아보자. 1990년대에 '보는 음악', '랩', '아이돌', '팬덤'과 더불어 재편된 한국 대중음악이 케이팝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였다. 올해로 일본 데뷔 20주년을 맞은 보아가 앨범 <LISTEN TO MY HEART>로 오리콘 차트 1위를 차지하는 등 아시아에서 케이팝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던 무렵의 일이다.

 

 

그 후 케이팝은 그 음악적 스타일과 미디어적 특징을 확장시켜, 'J-POP'과의 우열 가름에서 벗어나 디지털화에 적합한 독자적인 음악 시장을 구축해 갔다. 그리고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케이팝에 대한 서구의 미디어나 음악 업계의 관심이 본격화되었다. 2012년에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유튜브를 통해 글로벌 음악 미디어 현상이 되었으며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는 'K-POP'이라는 항목이 추가됐다.

빌보드를 비롯해 그 무렵부터 서양의 메인 스트림들도 케이팝을 위한 지면을 늘려나갔다. 전 세계 젊은이들이 왜 케이팝에 열광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서양의 논자도 적지 않았다. 케이팝 아이돌의 팝 음악으로서의 힘은 평가하면서도 '팩토리 걸스(Factory Girls)'라는 제목을 붙인 2012년 뉴요커지의 기사는 대표적인 사례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남성 아이돌에게도 국내외에서 아이돌에 대한 혹독한 편견이 쏟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남성 아이돌에 비해 강력한 팬덤을 보유하지 못한 당시 걸그룹에게는 뮤지션으로서의 개성과 능력을 내세울 기회를 갖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당연히 그룹의 수명도 훨씬 짧았다. 즉, 걸그룹에는 '아이돌'과 '여성 아티스트'라는 두 가지 편견과 벽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흥미롭게도 그런 시선을 뒤집은 것은 걸그룹 자신의 음악이었다. 소녀시대의 'The Boys', f(x)의 'Electric Shock', 브라운아이드걸스의 'Abracadabra' 등 강렬한 사운드와 도전적인 가사의 노래 및 랩, 과감한 패션과 춤, 메시지성이 강한 뮤직비디오는 그동안 케이팝 걸그룹에 고정돼 있던 '귀여운' 여성상을 '강한' 여성상으로 전환시켰다. J-POP 아이돌과의 차이도 거기서 보다 명확해졌다.

 

 

그러자 전 세계의 여성 팬들이 반응했다. 기억에 새롭지만 일본에서도 2010년경 시작된 이른바 제2차 한류 붐을 주도한 것은 여성 아이돌의 ‘멋짐(カッコよさ)’에 열광한 젊은 여성들이었다. 걸그룹의 이런 움직임은 아시아 음악에 대해 편견을 가졌던 서구 음악업계와 대중매체에서도 케이팝의 위상과 영향력을 높이는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큰 영향력을 발휘한 이는 YG엔터테인먼트의 4인조 그룹 2NE1이었다. 대표곡 '내가 제일 잘나가"의 힙합 기반의 강렬한 사운드와 나야말로 최고라고 주장하는 그 대담한 표현으로 이들은 단숨에 걸크러시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마이크로소프트의 Surface Pro3 광고를 비롯해 많은 나라의 매스미디어는 현지화되지 않은 한국어 가사로 된 내가 제일 잘나가를 내보냈다.

 

 

프로듀서 Teddy의 존재

아이돌과 여성 아티스트라는 편견을 뛰어넘은 블랙핑크의 영향력은 로컬/글로벌 계보에서 더욱 뚜렷하게 보인다. 실제로 음악의 안팎은 여러 가지 형태로 연결되어 있다. 대표적인 존재는 YG 엔터테인먼트의 메인 프로듀서 Teddy(테디 박). 블랙핑크는 그들의 모든 히트곡을 다룬 테디의 음악을 통해 2NE1과 연결돼 있다.'내가 제일 잘나가'를 비롯해서 2NE1의 많은 대표곡들도 그의 작품들이다.

테디는 1998년 4인조 힙합 그룹 1TYM의 멤버로 한국에서 데뷔한 미국 이민 1.5세대 뮤지션이다. 90년대부터 힙합 사운드와 랩을 주요 표현양식으로 적극 도입하면서 테디처럼 이민이나 유학을 다녀온 음악가들의 '미국' 인식과 감정은 케이팝의 음악적 스타일과 감수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거기에는 아시아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도 포함된다. 즉, 미국 음악산업에 대한 단순한 동경이 아니라 동시대적이며 사실적인 '미국'을 항상 의식하고 있는 것이다. 'FANTASTIC BABY', 'LOSER', '뱅뱅뱅' 등을 다루며 힙합을 내세운 그룹 빅뱅을 세계적인 아이돌로 키워낸 테디는 스스로가 '아시아인'과 '아이돌'에 대한 편견을 모두 경험하고 극복해 온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레이디 가가가 2020년 발표한 6집 앨범 <Chromatica>의 수록곡 'Sour Candy'는 흥미롭다. 블랙핑크가 한국어 가사로 레이디 가가와 협업하고 Teddy가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한 이 곡은, 다양한 편견과 부딪치며 음악적/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해 온 가수들의 경험과 감각이 시대를 뛰어넘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POP 자체를 통해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 주간문춘(週刊文春)은 문예춘추에서 발간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주간 시사·대중잡지

* 기사 링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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