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끝나는 순간, 이야기도 멈춘다. 총성이 울리고, 혼란의 기척이 휩쓸고 지나가면 화면은 어둡게 정리된다. 마치 역사가 그 순간에 완결된 것처럼. 하지만 역사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이후가 더 거칠고 모호하며, 어떤 면에서는 더 절망적인 장이었다. 이 영화는 박정희의 종말을 마지막 장면으로 삼지만, 관객의 의식은 자연스럽게 그 이후를 묻게 된다. 그 총성은 진짜 전환점이었을까? 아니면 또 하나의 무대 교체에 불과했을까? 우민호 감독이 의도적으로 생략한 이 질문들이야말로, 이 영화의 가장 정치적인 부분일지도 모른다. 10·26 이후, 사라진 12·12 1979년 10월 26일 밤, 중앙정보부장 김재규가 대통령 박정희를 궁정동 안가에서 사살했다. 영화는 이 사건을 정교한 리듬과 감정의 밀도로 재..